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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제 3의 인물

누군가를 돌본다는 일에 대하여

아기를 기르면서 누군가를 돌본다는 일에 대해서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힘들고 지칠 거라는 막연한 상상 말고 항시 함께하여 행동 하나하나를 돕고 원하는 곳으로 함께 움직여 이동시켜주고 늘 깨어 곁에서 위험요소들을 지켜 보는 것까지. 얼마나 많은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돌보는 자로서, 돌봄을 받는 자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는지.

돌봄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이 힘들다. 아기는 말을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부분은 있으나 그래도 계속해서 발달하고 점점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희망적이므로 그 중에선 낮은 레벨이 아닐까 싶다. 돌보기에 아직 작고 치명적으로 귀여운 제 자식이기도 하고. 그러나 아기들 중에도 발달장애 아기들이 있다. 계속해서 정성껏 돌보아보지만 나아지지 않는 것을 보는 마음은 어떨지 감히 짐작하는 것조차 죄스러운 마음이다. 점점 쇠약해지는 노인은 어떤가. 기억을 잃은 경우는 또 어떤가.

간호사 부터 요양사까지 아니, 그냥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 부터 아이를 기르는 것 까지 세상에는 많은 돌봄이 있다. 이에 대해 이제서야 처음 진지하게 생각한 나는 그간 얼만큼 배려받고 편안한 환경에 있었던 것인가.

한편으로는 자원 봉사라도 한 번쯤 하루도 이런 일을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득 부끄러웠다. 해보지 않고 상상해보지 않으니 이해와 공감의 영역이 넓어질 턱이 없다.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고 걸어다니는 것이 아닌데, 누군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운신이 멀쩡한 경우가 많지 않을텐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돌봄의 현장에서 애쓰고 노력하고 있을까. 내 몸이 아파지는 것에만 신경쓰기 전에 지금 이렇게 한창이고 젊고 건강한 내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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