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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제 3의 인물

너무 빨리 크지마


아기가 부쩍 활발해졌다. 아직 기지는 못하지만 굴러굴러 가는 수준이 매트 끝에서 끝까지도 가능하다. 엎드린 자세에서 방향 전환이 엄청 자유롭고 이제 슬슬 플랭크 자세도 가능해지는 걸 보면 곧 기지 싶다. '발달'로만 따지면 기지 못하는 율이는 느린 편이라고 하겠지만, 그 애가 최근 분명하게 달라진 건 상호작용이다. 이제는 어떤 표정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행동에 어떻게 대응하고, 얼굴을 보이면 웃어주고, 티키타카가 가능하다. 예전의 나는 말 못하는 아이와 붙어있는 오랜 시간이 고역일 것이라고 예상했고, 얼른 그 시기가 지나서 이성적 대화가 가능한 나이까지 훌쩍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와 반대로 '너무 빨리 크지마'를 실감하고 있다. 일단 말 못하는 아이와 붙어있지만, 말만 못한다 뿐 아기는 모든 표현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 여러 표정과 옹알이로, 손짓으로, 몸의 느낌으로. 밥이나 물이 먹고 싶으면 입을 벌리고, 먹기 싫으면 딴청을 부리고, 관심있는 곳에 손을 뻗고, 궁금하면 눈이 동그래지고, 긴장을 하면 얼음이 된다. 심심하면 단조로운 옹알이를 하고 신이 나면 꺄르르 웃고, 가끔은 멍도 때리고 졸리면 눈을 부비고, 졸린데 잠이 안오면 신경질을 내고, 아침에 일어났지만 한 방에 건너 보이는 부모가 아직 자고 있으면 혼자 조용히 놀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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