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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제 3의 인물

아기와 노래


1.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이다.
자장가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기도 노래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직 확실친 않지만 노래를 불려주면 울던 아기도 조용해지는 건 분명하다. 내가 늘 좋아했던 노래부르기를 이 때에 원없이 해볼줄은 몰랐다. 아기는 노래를 듣고 불안을 잠재우고 조용해지고, 나는 힐링이 된다.


2. 처음에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부르시던 섬집아기로 시작했는데, 그 노래를 듣고 난 뒤이어 등대지기, 보리수, 선구자, 봄처녀가 생각이 났다. (왜 주로 가곡이죠) 그리고 몇가지 동요도. 동요 가사가 가물가물하여 찾아봤더니 '초등교과서'란 카테고리로 많은 노래가 나온다

그래서 요새 완성된 최근 목록
보리수 / 등대지기 / 선구자 / 겨울나무 / 노을 / 아기염소 / 고향의 봄 / 과꽃 / 과수원 길 / 꽃밭에서 / 나뭇잎배 / 반달

3. 부르다보니 어렸을 적 동요를 무척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났다. 아주 오래된 기억 같진 않은데, 벌써 삼십년은 흐른것 같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윤석중 선생님 이름도 진짜 오랜만에 들었다. 예전 우리집에 '윤석중 노래 전집'이 있었던 것도 떠올랐다.

4. 동요 내용은 엄마와 아들간의 이야기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대상 아기의 성별은 남자이고, 형제자매가 있다면 위에 누이가 등장. '엄마야 누나야' 나 '내동생' ,'과꽃'과 같은 노래가 그렇다.
아빠가 등장한 유일한 동요는 '꽃밭에서' 였다. 꽃밭은 엄마가 일구기엔 빡셌나보지...

그리고 50-6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고향 찾는' 이야기가 많은 것은 알겠는데 '엄마 찾는' 스토리가 유독 많은 것도 놀라웠다. 하긴 80년대생인 둘리랑 하니랑 철이도 엄마 찾으러 다녔으니.

어렸을 때부터 듣는 동요를 통해 시대환경과 성역할에 대한 관념이 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새롭게 했다. 그에 비하면 요새 나오는 '멋쟁이 토마토'같은 노래는 '새콤달콤 냄새 풍기며 춤을 추다가 케찹이 될 거라'는 포부를 드러내니 많이도 바뀌긴 바뀐 셈이다.


5.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아빠와 딸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동요를 만들어보겠다 했다.

다리에다 뿡뿡뿡
어깨에다 꺽꺽꺽
가슴에는 퉤퉤퉤

음 이건 뭐 전인류적이네..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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