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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Alone

돌아와서

일상으로 돌아온 첫 출근일. 사람들은 똑같이 붐비고 , 세상은 흘러간다. 마치 꿈을 꾼 것이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 다시금 되짚어 생각하고 슬픔에 잠기는 것도 이제 조금 익숙해질 지경이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휴가 포함 열흘 남짓. 무언가를 정리한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었다면 그냥 모든 것을 내팽개쳐버리고 방안에 주저앉아 울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상투적인 말이 이만큼이나 유용한 말인지 몰랐다. 그래 ,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어떤 것이든 정신을 팔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을 하였다. 늘 아까웠던 시간인데, 지금만큼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흘러가게 내버려두었다.

그럼에도 너무 벅찬 슬픔은, 다짐으로 헤쳐 나오기에도 여력이 부족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어머니께 잘하라던 분들이 일년만에 똑같이 오셔서 이제는 무슨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것이 냉정한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래도 내 남편이 희망을 가진 친구라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나라면 벌써 몇번 무너졌을 법한 때에도 눈은 빨개졌지만 입술을 꼭 깨물었다. 씩씩하게 산다는 것이 무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아니다. 슬픔을 안은채로, 그렇지만 애써 표정을 지어가며 한발한발 차근차근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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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를 모신 선산에는 거짓말 같이 나무가 푸르고 푸르렀다. 연두색과 녹색의 뚜렷한 배합이 태고적 자연 에 온듯 눈부시게 빛났다. 어머니 이름자에 있던 꽃처럼, 아름다움이 만개한 계절이 되어서 우리 어머니는 여기 이곳에 찾아 오셨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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