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여행의 시작은 다카마츠,
다카마츠 여행의 핵심은 섬이다.
예정된 다카마츠 여행은 짧았지만
섬투어는 빼놓을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름있는 나오시마.
저 유명한 안도타다오의 지중미술관이 있는 곳이다.
셋째날 오후에 귀국 일정이었던 우리는
그날 아침일찍 섬에 건너가 돌아오는 배가 있는 2시까지.
체력이 닿는데까지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고 오기로 했다.
대개 돌아오는 날은 짐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버리기 쉬운 날인데
아예 이렇게 새로운 곳을 가게 되면,
마지막 날도 알차게 의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놈의 의미병!)
아침 8시쯤 출발하는 배를 타기위해
7시도 되기 전 부지런히 일어나,
호텔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에 맞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가까스로 버스를 타는 데 성공하고
부두까지 거의 뛰다시피 하여 잡은 나오시마행 페리!
그런데 이름이 ASAHI ?!
바깥바람을 쐬기 위해 갑판에 올라갔다가
패키지 일행중 한분인 한국 아저씨를 만났다
"대학생? "
"아 네,, 넵?"
기둥잡고 폭풍우에 휩쓸리는 연출 사진(따위)를 찍고 있던 언니와 나의 철없는 짓에,
더플반코트 입고 빨간 책가방 메고 갑판을 뛰어다니는 스쿨룩 비주얼 덕에
지레 짐작하신 아저씨의
별 고민없는 단어였겠지 했지만
사실 너무 많이 깎으셨다. ㅋㅋㅋㅋ
잔잔하게 웃으시던 그분
우리 사진도 찍어주시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그냥 가볍게 물어보는 느낌이 아니고 질문이 디테일한게 진중한 느낌을 풍기셔서
어라 이게 뭔가 싶어 약간 경계했다가
어느새 그냥 아마 우리가 흐뭇한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고딩들 노는거 보면 아무 걱정없이 티없이 맑아서 흐뭇해지는거마냥 .
경계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에 이야기가 있으려면 말이다.
항구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줄을 서 있는데
밖에 깜찍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나오시마 섬 미야노우라 항구에 있는 설치미술작품.
둥근 공이 낚시대 같은 붉은 깃대 끝에 대롱대롱 달려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는
귀엽고 깜찍하기 그지없는 작품!!
요렇게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는게 특징.
항구 앞에 있는 자전거 가게에 들러
해안도로를 따라서 달릴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전기자전거와 일반자전거가 있어서
당연히 고민없이 일반자전거를 선택했건만
해안도로의 경사를 너무 얕본것을 나중에 알게됨 ㅋ
뭐, 그래도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마능.
그냥 내려 끌고 걸으면 됨.
사실 자전거로 여행하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기대했는데.
기대의 한 열배정도 훨씬 만족!!!!
언니는 이렇게 핸드폰으로 자체 브금을 깔고 (흡사 등산시에 허리에 라디오 낑기고 다니는 아저씨마냥)
우리는 쿠바의 음악을 들으면서 항구의 아름다운 빛을 구경하고
이렇게 예쁘디 예쁜 마을을
바람과 햇살을 만끽하며
정말 행복했다.
올라가다 힘들면 멈춰서, 바다구경하며 땀도 좀 식히고
눈을 뗄수가 없었다.
섬에 발을 딛은 순간부터 , 돌아오는 배를 타기 직전까지
이 섬은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꼭 나를 맞춤으로 이 섬에 초대라도 한 것처럼
그 순수와 아름다움에 1초만에 빠져들었다.
반나절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이 섬의 무엇이 그렇게 홀리도록 좋았는지 아직도 잘 알 수 없지만
다른 장소는 갖지 못한 굉장한 힘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우리는 여행을 치유적 관점에서 제대로 접근하고 또 우리의 영혼에 주는 이득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분석하는 경험이 부족하다. 여러 신경증 목록에 맞는 목적지의 지도가 없는 것이다. 어디를 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내면을 들여다보고 답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치유를 위한 여행사가 없는 것이다. 여행안내서는 소위 명소라는 곳을 다소 마구잡이로 모아서 충실히 늘어놓지만, 이 장소들을 방문함으로써 누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말이 없다. 여행 안내서들은 나라별 지역별로 배열되어 있지 이들 지역이 완화시킬 수 있는 정신적 문제에 따라 배열되지 않는다..
..
우리가 높이 사지만 스스로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없는 가치를 강하게 지닌 곳이 올바른 여행목적지가 될 것이다. 우리 정신의 부족한 부분만큼이나 많은 여행지가 존재할 것이다.
여행이 맡아서 돌보아온 삶의 영역이 따로 있으며, 여행 산업은 그 영역의 근원에 도사린 중대한 부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불만과 이를 약화시킬 수 있는 장소들을 의식적으로 짝지을 수 있는 여행사와 순롓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단순히 오락을 즐기거나 선탠을 하기 보다는 존재론적으로 치유되도록 여행을 활용하는 방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
- 나오시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읽은 한 잡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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