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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urkey

하늘색 호수의 땅,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

 

 

파묵칼레의 뜻은 '목화의 성'이다.

아마 하얀 석회산이 꼭 포근한 목화 같아서 그렇겠지.

올록볼록 귀엽게 튀어나온 석회벽은 눈으로 볼때는 별명인 목화만큼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의외로 굉장히 딱딱하여 놀랄 수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파묵칼레는 훼손방지를 위해서 일부구간을 맨발로만 지나갈 수 있다.

본격적으로 석회바닥이 시작하는 부근부터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걸어올라가기 시작하는데

맨발이 닿는 바닥은 우둘두둘한 타일바닥 같은 느낌.

하늘빛깔 물은 햇빛을 받아 적당히 데워진 미온수이다.

 

 

 

정해진 길은 없지만 물줄기를 굽이굽이 돌아올라가다보면 예쁜 호수를 하나씩 품고 지나가게 된다.

큰 물줄기 말고도 석회바닥 전체에 잔잔한 물줄기가 계속해서 넘쳐 흘러내려오지만

바닥은 전혀 미끄럽지 않아서 수영장보다도 훨씬 안전한 바닥마찰을 자랑한다.

 

 

 

한참을 걸어올라가다가 가까이서 색깔을 한번 보려고 선글라스를 잠깐 벗었는데

아찔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은 물론이고

석회층과 물에 반사되는 태양까지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내 눈을 찌른다.

하마터면 중심을 잃을뻔 -_-;;

 

아빠는 썬글이가 없어서 맨눈으로 걸어올라가셨는데

선글라스를 잠깐 벗어보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건지!!

달인의 포쓰 그것과 다르지 않을정도!

 

 

위쪽으로 올라올수록 사람이 많아지더니

급기야 맨 위쪽은 손님 드글드글한 목욕탕 온탕이 되버리심.

칸칸이 전용 탕 삼아 온천을 즐기고 계신분도 많고

아예 수영복을 입고 와 즐기시는 유로피안 스탈 여행객도 많다.

(심지어 히에로폴리스에까지 비키니 차림으로 돌아다시는 분도 많이 목격! )

 

 

 

 ◀ 바로 요런 분 히힛 ㅋㅋ

 


산 정상에 올라와 굽어본 전체 뷰.

남해 다랭이마을 계단밭 같기도 한, 앙증맞은 석회호수들. 


 

 

 

 

#
파묵칼레를 걸어올라가 히에라폴리스에 막 도착했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근처 벤치에 주저앉았는데도 정신이 돌아오기는 커녕 머리가 핑핑 돌았다. 

잠깐 쉬겠다고 엄마아빠를 먼저 보내드리고 벤치에서 끙끙거리며 뒤치락거리다 잠이 들었다.


몇분이나 지났나.

별안간 잠에서 깼는데 비몽사몽간에 현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덮고있던 잠바를 치우고 내려다보니 새하얀 산이 보이고, 벤치 뒤로는 이끼 낀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가까운 매점에서 간신히 오렌지주스를 하나 사다가 마시고 멍하니 앉았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앉아 휴식을 취하고 나서야 좀 정신이 돌아왔는데

고대 로마의 도시에서 천년전 유적들을 두고 시간여행이라도 한것 같은 벙찐 기분이다.


이렇게 비리비리해서야.   

아마도 밤새 버스에서 잠도 잘 못 잤는데, 짧은 순간에 강한 햇빛에 너무 노출되서

잠시 일사병 같은 게 걸린 모양이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시절 '운동장 조회시간'에 쓰러진 역사가 있는 몸이다.)

 

 

 

지금은 터만 겨우 남아있는 히에라폴리스는 고대 로마시대에 화려한 도시였고, 특히 목욕탕이 유명했다고 한다.

그나마 보존이 되어 있는 유물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을 구경했는데 (5TL추가) 

조각솜씨가 상당하다.

 

▲ 정교한 관도 인상적이었지만 

▼ 약간 뭉개진 조각피스들의 느낌은 더 신선했다.




머문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워낙 비현실적인 비주얼 때문인지 

지금와 돌아봐도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는 잠깐 스친 꿈 같은 기억이다.


자연의 선물을 천년넘게 지켜오고 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조용한 파묵칼레.

잊지 못할 어여쁜 마을!




ps. 중국에 있을 때 가장 여행가보고 싶었던 성도의 구채구는 물빛이 9가지 빛깔이 난다고 한다. 

아마도 파묵칼레의 그것과 매우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 같다. 

동양의 석회산은 또 어떤 느낌일지. 언젠가 가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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