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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urkey

카파도키아 본격 데이투어 Green Tour: 그린투어

 

카파도키아는 투어의 천국이다.

앞서 말한대로 땅이 넓고 볼거리는 군데군데 퍼져 있어 개별적으로 보기는 힘들고

'Ride'가 잘 발달한 덕분에 투어 상품이 넘쳐나는데,

어떤 회사에서 어떤 투어코스를 선택하는지는 온전히 관광객의 몫이다.

 

왜냐. 가격이 느무 다양하기 때문!

 

코스도 가격도 뭘 선택해야할지 몰라 분위기 보려고 몇번 묻는데
호텔에서도 여행사에서도 충분히 투어를 소개해줄 수 있었는데도

"그럼 알아보시고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라는 식이었다.

아마 괜시리 확정발언했다가 취소하고 어쩌고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몰라 그런지

몸사리는 느낌?

 

투어코스는 물론이거니와

같이 하는 구성원, 가이드, 투어 내 포함된 식당, 차량 등에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투어회사마다 가격은 진짜 천차만별이었다.

 

심지어 우리와 같은 회사, 같은 버스를 선택한 분들도 미리 딜한 가격에 따라 내는 돈이 조금씩 달랐다.

 

이쯤 되니 얼마를 내고 이 투어에 참가했는지 묻지 않는 것이 매너인것 같았다.

싸게 끊었다면 입다물고 조용히. ㅎㅎ

 

 

 

투어는

코스별로 그린투어레드투어 블루투어 등등
테마별로 버스투어, 4륜구동투어, 벌룬투어 등등등

 

우리는 버스투어중 그린투어를 선택했다.
전날 대략 둘러본 괴레메를 제외하고 근교의 어트랙션을 훑고 돌아오는 코스다.

괴레메 파노라마 - 데린구유지하도시 -으흘랄라계곡 - 셀리메수도원 - 피존벨리가 포함되어 있다.

 

 

 

1. 데린구유 지하도시

 

카파도키아 데린구유 지하도시는 로마의 카타콤베처럼,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이 탄압을 피해 숨어 들어가 만들어낸 은신처이다.

 

허리를 깊게 숙여도 등이 천장에 긁힐 정도로 좁고

계단을 끝까지 걸어나오면 숨이 헐떡 거릴정도로 길다.

 

물론 빛은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매우 어둡고

침입을 대비하여 밖으로의 통로는 최소화 해놨기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안에서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낄만큼 밀폐된 공간이다. 

(입구에 불이라도 지르면 끝장임ㅜ)

 

나에겐 숨처럼 당연한 것처럼 느끼는 자유가

그시대의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쳐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참 숙연해지는 공간이다.

 

그리고 물론 이곳은, 어두웠으므로 사진은 없다. 하하하.. -_-)))

 

 

2. 으흘랄라 계곡 lhlara

 

이름도 신나는 을랄라 계곡은

깎아지른 절벽과 협곡을 흐르는 물 사이로 '트레킹' 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중간중간 프레스코화 유물 소개도 있긴 했지만, 역시 메인은 절경인 절벽과 숲.

싱그러운 공기와 나무와 물 사이로 걷는 길은 길지도 짧지도 않아 딱 좋고, 가벼운 산책을 하는 기분이다.

 

 

 

▲ 많은 인원을 제법 능숙하게 통제하던, 귀요미 가이드!  

설명을 들을 땐 아주 집중을 하지 않으면 터키식 잉글리시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 아빠는 너무 검정이가 되어버리셨...;ㅁ;

 

 

오면서 사진도 찍고 통나무를 건져내는 건장한 청년들도 구경하고,

가벼운 피로감이 몰려들 쯤, 트레킹을 끝낸 선물로 점심식당이 기다리고 있다.

 

 

투어객끼리 오손도손 둘러앉은 테이블엔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끼리 앉게 됐지만, 맥주 짠은 외쿡 분위기 못지 않다. 흐르는 물을 바로 곁에 두고 시원한 그늘에서 따땃한 밥먹는 신선놀음.

 

 

솔직히 투어에 포함된 식당의 음식맛은 그닥 감흥없이 무색무취였지만,

지중해의 샐러드 맛만은 제법 훌륭했다. 풀만 있는데도 아주 상큼! 

 

 

3. 셀리메 수도원

 

밥을 먹고 옮겨간 곳은 셀리메수도원이다.
스타워즈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기상천외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곳.

여기도 기본적으로 괴레메의 다른 지형들처럼 풍화되고 약해진 지반을 파고 들어가

숙소며 주방이며 창고며 만들어낸 모양인데,
이 수도원은 특히 거대한 규모에 개미집처럼 자잘하게 파놓은 미로같은 길들이 멋진 뷰를 제공한다.

 


 

 

 

▼마치 합성 같은, 우주적(?) 비주얼이 등장. 여기가 바로 스타워즈의 발상지: 라고 설명을 들었다.

 

 

규모와 비주얼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랐던건 생각보다 뚜렷하게 보존된 그 상태였다.

그리고 변변찮은 보호시설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진 상태도.

 

이 수도원은 겉에서 보거나, 관광용 루트를 따로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

맨손으로 바위를 타고 기어 올라가 직접 들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건 참 좋긴 했지만

그 많은 관광객의 발길에 흘러내리는 흙하며

조금씩 부서지는 바위들의 형태가

곧 원래 모양을 잃을 것만 같아 좀 걱정스러웠다.

 

아이들은 거의 숨바꼭질을 하듯 뛰어놀고

혹시 넘어질까 어른들은 수도원 벽을 난간대신 잡고 오르내리고 있었으니까.

 

이 뛰어난 유산을 한세대에 소비해버리면 안될텐데. 음.. 

 

 

 

 

 

 

 

이쯤되면 정말,

몇백년 전의 분들이 보던 광경을 내가 지금 똑같이 보는 게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진 그대로 몇백년 전 배경의 영화를 찍어도 전혀 이상할게 없잖아?

 

 

 

ps. 투어 중에 -

 

이런 민폐가 있나.

20여명씩 두버스, 총 40명 가까이 되는 단체 투어에서 밥을 먹고 나오던 중

핸드폰을 식당에 두고 나온 걸 깨달았다.

 

투어버스는 출발한지 10여분정도.

분명 두고 왔다. 밥 먹던 테이블에. 빨리 결정해야했다.

그리고 모든 차를 세웠다.

 

가이드는 아무렇지 않게 이곳은 배경이 좋으니 여러분들 내려서 사진을 좀 찍으시라 했고

(특히 영문 모르는 두번째 버스 투어객들)

난 그 자연스러움에 감탄하기보다는 몸둘바를 모르겠던 기억이 난다.

 

찾을수 있을까요? 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내 표정에

같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I Hope so" 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거다. 

 

식당에 전화를 해줬던 버스기사는 조바심에 두번째 찾아가 보채는 내 질문에

"You understand me? I understand you. wait." 라고 딱딱하고 짧게 대답했다.

처한 상황에 짜증이 났구나 싶어 더럭 겁이 났더랬다.

다행히 그런 뜻은 아니었다는 건 알게되었어도, 그는 그냥 no problem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였어도,

난 주눅이 들었다.

어리버리하다가는 소리 꽥 지르는 터키쉬들이 친근하면서도 다혈질 같았다.

 

잠시 후

오분여만에 전화를 받고 식당에서 뒤따라 출발한 레스토랑 사장님이 운전석에서 핸드폰을 흔들어보였다.

그동안 찍은 사진이 뭐라고. 순간이나마 하늘이 노래졌던 나의 허당짓도 그렇게 무탈하게 마무리 되었다.

 

▲ 버스에서 내려 관광객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나는 핸드폰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구르던 바로 그 곳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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