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플레이스
THE BC잡지에 신이 내린 힐링 플레이스로 카파도키아가 소개되었다.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반가운 마음에 펼쳐 읽어봤는데, '눈만 들어도 힐링이 절로되는' 곳이란다.
▲ 괴레메 야외박물관 앞 낙타바위 근처
괴레메는 호주 울룰루바위와 대만의 예류와 스페인의 까사밀라를
모두 합쳐놓은 느낌이다.
180도를 넘어 360도 완벽한 풍경에 사로잡히고
어딜 골라도 놀라운 창의적인 지형은 상상이상이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세워올린 집들이 빚어내는 전망이 너무 예쁘다.
완벽한 힐링플레이스 소개에 딱 하나 간과한게 있다면,
그건 바로
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는 '날씨'다.
화산이 폭발하여 쌓인 고운 화산재층에 딱딱한 현무암이 쌓인 풍화작용으로 만들어낸 천연지형 카파도키아.
기이한 모양을 만든 주역인 카파도키아의 바람은
역시나 그 존재감이 빛난다.
그래서...
먼지가 진짜 많다...!
코가 막히고 머리가 엉키고 목이 간질간질해서 마른기침이 계속 났다.
흔한 물티슈 하나 못 챙겨서 먼지 가득한 손으로 다녔는데
아무리 틈나는대로 씻어도 손이 마르고 거칠어졌다.
여태껏 더움도, 추움도 그런대로 참을만했는데 건조함이 나의 주적인가보다.
빨간빛이 빛나던 내 운동화는 먼지를 뒤집어써서 한풀이 죽었고
머리는 손빗으로 빗어지지 않을 정도.
코가 계속 매워서 간간히 숨을 불어넣어줘야 했고
햇빛이 아니라 모래폭풍에 선글라스의 효용이 100% 발휘되었다.
▲ 그래도 사진은 씐나게!
▼ 이국풍경의 핵심은 돌의 재질이다.
스타워즈 풍경도, 맘마미아 배경 그리스에 나오는 각지지 않은 창문도
모두 돌이 깎인 형태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사암'이기 때문이다.
첫날 점심먹고 아무 계획없이 오른 괴레메의 뒷산.
산은 높지 않았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나무가 가득한 산이 아니고 흙과 돌로 이루어진 산이다.
부드러운 흙안을 파고들어간 동굴이 있고, 주변이 전부 깎여 뾰족하게 솟은 지형들이 있다.
관광객을 위해 완벽히 꾸며놓은 OPEN MUSEUM과는 달리
동굴과 뾰족한 굴뚝을 거느린, 휭휭 부는 바람이 황량하고 기묘한 언덕.
사실 이것이 괴레메의 첫인상이었다.
▲ 언덕을 향해 나 있는 길.
높은 산에 등산하여 정상에 가까워지면 나무가 낮아지고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가는 것마냥
그런 산정상 들판의 느낌이다. 능선을 따라 걷는 것처럼 뒷산 위에서도 길을 따라 걸었다.
주변에 풍경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과 구름과 흙과 풀 뿐이다.
돌마다 켜켜히 쌓인 겹은 누구라도 시간의 흐름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부는 그 언덕위에 우리 세 가족만 앉아 시내를 내려다보던 시간은 마치 멈춰진 한 장면처럼 기억이 난다.
영화'폭풍의 언덕'의 주인공, 히드클리프와 캐시가 된 것처럼
강한 바람과 흔들리는 풀 가운데 넋을 잃고 서 있었다.
뭔가 대단한 걸 바라고 간 것도 아니었고
굉장한 장관을 보아서 감동이 밀려온 것도 아니었는데
그 가운데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씩 동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아마도 그것은
빛을 받은 붉고 푸른 돌겹의 바랜 색감과
길과 집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풍경.
엄마가 부르던 노래.
돌사이에 얼굴을 내민 풀을 하나씩 살피며 걷던 아빠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었고
왠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무척 행복하였기 때문인 듯 싶다.
그리고 마침내 길 끝에 나타난 터키 국기를 옆에두고 시내를 내려다보던 것
그 역시 멈춰진 장면처럼 기억에 남았다.
이것이 바로 카파도키아 언덕이 힐링의 길이 된 나의 이야기.
ps
날이 무더워 잠시 동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옆에 계시던 수녀님들이 파인애플 주스 한잔을 건네시고는, 어느새 사라지셨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현실감이 나지 않는 곳.
동화같은 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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