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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Russia

10월의 눈내리는 마을


상트 이틀째.
아침일찍 밥을 먹고 예카테리나 궁전이 있는 푸쉬킨 마을(황제의 마을)로 향했다.
기차역에 가서 국철을 타고 가려 했는데, 이날따라 예고 없이 국철이 오전운행을 멈추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가게 되었다.


▲ 해리포터와 호그와트행 기차를 타야할 것만 같던, 러시아의 호젓한 국철역 (결국 타진 않았지만)

▲ 이왕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한 김에 시간이 좀 남아, 맥도날드에 들러 모닝 맥커피를 한잔 했다.
러시아 맥도날드는 귀엽게도 컵에 붙어 있는 저 m스티커를 떼서 6장 모으면 1장을 써비스 해준다.
오른쪽에 달랑거리는 노란색 종이가 스티커 모음판이다.



지금은 이미 한국도 겨울이지만, 당시 이날은 10월 20일께
한창 따가운 가을 햇살에 노란 은행잎이 물들어가던 가을이었다.

하지만 기온이 뚝 떨어진 이 날, 머리위로 흩날리던 빗방울과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람을 막기 위해 펴든 우산은 턱없이 힘이 딸렸고 다영이가 여분으로 챙겨온 털모자가 아니고서는 나는 정말 귀까지 새빨개져서 정신을 놓을 뻔했다. 정말정말 추웠다.

주변 경관에 눈길을 줄 정신도 없이 예카테리나 궁전 실내를 향해 돌진하던 중, 뒤돌아보니 예쁜 정원에 눈이 쌓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꾸리꾸리하더니 결국은 눈이 내린 것이다.
10월인데, 눈이라. 정말 웃음이 났다.
첫눈. 20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첫눈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도 당연히 2011년 맞는 첫눈이었다.


"와, 10월에 눈 내리는 마을? 딱 그 격이네요. 어떻게 10월인데 눈이 올 수가 있죠?"
"하하 그거 샤갈이에요. 눈 내리는 마을"
"네?"
"샤갈이 러시아 사람이잖아요"


아이쿠.
나는 2011년 내한했던 샤갈전을 보러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국적 한번 눈여겨 보지 않았구나. 나의 무지를 어찌하리.


그러고보니, '지붕위에서' 날아다니던 남녀의 배경인 그 회색빛 지붕들. 러시아의 회색빛과 닮았다. 어쩐지.

(나중에 제대로 찾아보니,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표현은 많이들 쓰지만 실제로 샤갈 작품중에 '눈 내리는 마을'이란 건 없다. 김춘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란 시만 있을 뿐. 내가 들은 '10월에 눈내리는 마을'은 이소라, 성시경,김연우 등이 연대노천극장에서 매년 하는 콘서트이름....-_-;)




예카테리나 궁전에 들어가기전에 외투와 가방을 맡기고 나서 한가지 단계를 더 거쳤다.
그건 바로 덧신!

마치 초등학교때 마룻바닥 왁스 칠하던 때나 쓰던 것 같은 덧신을 입구에서 한박스 쌓아놓고 신고 들어가게 했다.
바닥 짜임이 정교해서 손상의 위험이 있다나. 덕분에 하늘색 덧신을 다 신고.


예카테리나 궁전의 연회장. 말문이 막힌다.
사방천지를 둘러봐도 번쩍번쩍거려서 눈이 다 피로할 지경이다.
특히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사방에 붙은 거울, 온 벽면을 장식한 금장식들!



무려 '궁전'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계시던 앳된 러시아 부부.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을 온 몸에 받으면서 연회장 한 가운데서 키스를 하고 계시다.

"여길 빌려 결혼사진을 찍을 정도이면 꽤 잘사는 집안의 자제들일 거에요"


▼ 궁전촬영이 신선해서 그리고 열성적이던 사진사의 예술혼도 잘 드러나게 한컷 담아봤다.

▼거울이 많은 방은 셀카를 찍을 때 매우 유용하다.



 

예카테리나 궁전에서 예뻤던 방들. 설명들은 방의 용도들은 기억 안 나지만,
그저 입벌리고 감탄하며 '예쁘다'를 남발했던 건 기억 난다.


▼그림이 가득했던, 모자이크 그림방. 개인적으로 이 방이 가장 우아하고 멋졌다.

 


그리고 대망의 .....   '호박방' 
난 보석에 관심이 적어 그런가 '보석으로 가득찬 방'이 있다고 해도, 뭐 별거겠어 했었는데
음 확실히 '특이'하긴 하더라.

주황색 보석인지라 온방이 주황빛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방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벽면에 걸린 그림 하나하나까지 작은 보석들을 세공하여 만들어낸 솜씨가 여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방엔 이렇게 사람들 득시글 대며 밀어댈 때가 아니라 혼자 찬찬히 거닐며 각각의 보석조각이 반사해내는 빛을 감상할 때 진가를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러기엔 러시안 초중딩들 현장학습 온듯 너무 바글댔음 OTL)

한편으론, 이런 방에 앉아 있으면 욕심이 절로 날것 같기도 했다.
이 방은 독일의 왕이 표트르 대제에게 선물했다가 다시 빼앗았다 다시 돌려준 (뭐하는 거냐;)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 다 돌려받지 못한 호박들이 천정부분에 미완성된 채로 남아있었다. 
나라도 이 방 주인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머지 호박을 채우기 위해서 애쓸것 같더라는 거다.
가진 자가 갖는 무한한 욕심.

▼ 궁전에서 유일하게 호박방은 사진촬영이 금지라서. 그래서 이렇게 애매하게 도촬....



호박방을 뒤로하고, 우리는 궁전을 나와 궁전 정원을 산책했다. 눈은 적당히 내리다 그쳤다.

오늘 느낌은 쌀쌀한 날 가을산책.
물에 젖은 낙엽과 볼을 붉게 물들이는 차갑고 깨끗한 바람.
빠르게 흐르는 강물. 간간히 내리는 부슬비




날씨가 너무 추워서 많이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정원이 너무 예뻐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름에 와도, 겨울에 와도, 나름의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정원. 

아 이런데서 살아야 하는데!! ㅜㅜ




상트 도심으로 돌아와,  벼르던 샤슬릭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샤슬릭은 몽골 중앙유럽등지에서 주로 먹는 꼬치구이인데, 러시아 가기전부터 이것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이건 먹고 와야지 리스트] 수위에 있던 녀석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레스토랑


우리는 양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골고루도 먹는다)를 고르고

 

 

크랜베리주스와 염소젖 요구르트를 먹고



러시아 스프와, 피자와, 사모사까지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직접 고기를 들고 와서 썰어서 내주시던 서비스! 짜잔.

 


▼덧붙여, 요건 간식으로 먹은 도넛. 오래전부터 도넛을 구웠다는 곳. 또 먹고 싶군요! ㅜ_ㅜ




▼ 오랜 역사와 에피소드와 볼것 구경할것을 머릿속에 총망라하고 계신데다,
우리 동생들을 어여삐 여겨 하나라도 더 먹이고 하나라도 더 보여주시려 애쓰시던 무적 가이드 이창원님. 
감사인사를 드려도 드려도 모자를 지경이다.

상트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페트로파블롭스키 요새.
네바강 하구에 있어서 메트로를 타고 강을 건너갔다.

정치범 형무소로 사용된 역사가 있어 문이 저렇게 크고 두껍다.
이곳에서 네바강을 통해 바라보는 상트 전경은 무척 쓸쓸해보였다.



 

 


요새가 있는 자야치 섬에서 다리를 건너 나오는데 토끼 동상이 서 있었다. (자야치 섬은 토끼라는 뜻 )
원래 저런거 잘 안 던지는데, 또 한사코 동전을 쥐여주는 친절한 가이드님.

토끼 조각상에 동전을 던졌는데 아깝게 빗나갔다.
지나가는 기러기의 '끼룩끼룩'이 '낄낄'로 들렸다.

 




 

자 이제 발레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