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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문제가 발생하면

가끔 물품이나 서비스 관련 문제가 나에게 발생할 때가 있다. 불특정다수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지만 내가 겪으면 당연히 기분 나쁘고 곤란하고 내게 왜 하필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언짢다. 그럴 때 나는 대개 고객센터로 불만을 접수하는 편인데 그때 응대를 듣다보면 뭔가 잘 해결이 안되고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상황을 자주 겪는다.


나만 이렇게 불편한가. 왜그런지 고민해봤는데,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상황은 이미 발생했고 돌릴 수 없는데, 나는 그럴 때 고객센터에서 나의 불편에 대한 보상을 '알아서'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내 생일 선물을 '알아서' 내맘에 들게 (내 표현은 아무거나) 골라달라거나 ,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알아서' (아무거나) 시켜달라고 하는 것이지. 막상 골라오면 내키지 않을 때도 많으면서.


커피기계 AS를 접수했는데 유상으로 신청한 임대머신이 도착하지 않아서 불편을 겪는 오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임대머신을 최대한 빨리 보내주거나(주말껴서 4일걸림), 임대머신 신청을 환불해주거나(임대머신 없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름) 둘중에 하나밖에 옵션이 없는데 둘다 내가 원한 상황이 아니니 둘중에 고르라고 해도 머뭇거리기만 하고 계속 미안하다는 소리만 듣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상상해봐도 어쩔수 없는 것 같은 상황에 너무 이해심을 발휘하는게 문제인거 같기도 하고. (남편의 의견이다) 어쨌건 글로벌 대기업씩이나 되는 곳의 실수로 나는 제값을 주고도 임대머신을 4일이나 쓰지 못하게 되었는데 조치해줄 수 있는 옵션을 생각하는 건 내 몫은 아니니까.

게다가 자초지종 캐다보니 임대머신이 안온 이유가 본사에서 머신이 든 박스를 택배사에 안 배정해줬기 때문이고 말인즉슨 내 기계는 랩만 싸서 박스도 없이 포장해놨는데 그대로 랩위에 운송장 붙여 차에 실려서 택배사로 갔다는 뜻이다. (원래 임대머신 내려놓고 빈박스에 내걸 넣어 회수해가는 시스템) 그게 더 문제. 그래서 이 사태의 양해는 내가 왜 해야만 하는지. 실수는 그들이 했는데. 사태 수습의 머리아픔은 나도 서비스 제공자일 때 많이 했는데 말이다. 아마도 내가 우려하는 건 내가 혹여 블랙컨슈머가 될까 하는 소심한 우려. 임대머신비나 수리비를 면제해주거나 아니면 프리 캡슐이라도 뭔가 그들이 제공할만한 것을 내가 먼저 얘기하는 게 들러붙는 거지처럼 보일까 걱정하는 것.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 무엇을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지 스스로 잘 생각해보고 적어도 당당히 불만제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편과 이 사안을 두고 한시간은 넘게 의견을 나눴는데 남편과 같은 적극적 행동을 하진 못할 지언정, 종로에서 뺨 맞고 마포에서 화풀이 하진 말아야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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