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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Alone


과장님이 사라졌다. 

취한 과장님을 잠시 두고 물과 물티슈를 사러간 사이 택시를 타고 가셨나보다.
걱정은 되지만, 지갑도 가방도 내가 갖고있어 사실 좀 걱정이 많이 되지만.
그래도 내가 챙겨주고 있는 이 상황이 조금은 부끄러워 그렇게 도망치듯 내뺀 것일테니
그 상태로 그냥 냅둬도 되겠지 애도 아니고 나보다도 어른인데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이미 취했다는 걸 느꼈다. 
말이 느렸고 걸음이 휘청였고 눈빛이 희미했다.
자꾸 벨을 눌러 맥주를 시키셔서
맥주를 가져다주는 직원과 눈인사를 하며 그녀가 취했으니 이해해라 하는 긴 말을 한 눈빛에 담았다.
그는 바로 이해했다.
나중에 출입증을 내미는 그녀의 손짓을 거두며 내 카드를 얼른 받던 그였다. 


가파른 건물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고꾸라지듯 밟으며 그녀는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했다.
그게 누구이든 나한텐 중요하지 않다.

"유치원에 있는 애기요, 과장님"

라고 응수했지만 나도 과장님도 그게 아이가 아니란건 안다.
그냥 나는 더 깊은 물에 빠지기 전에 내 피할길을 찾았고
혹시 그녀가 깨어서도 부끄럽지 않게 그녀에게도 면피할 희미한 기억의 조각을 남겨주어야 했다. 



사회에서 살아남는 능구렁이짓과 노하우는 늘어나지만
고민은 돌고돌고, 나누는 집단과 테마만 바뀔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더 깊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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