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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Alone

질문하기게임 최약체


오후 집중력을 더해줄 커피를 뽑으러 간 탕비실 앞, 황과장님과 간단히 나눈 10분여의 대화속에서 나는 그녀의 가벼운 호기심(본인은 모르는 자의 오지랖이라 하였지만)에조차 대응하지 못하여 버벅였다. 그녀의 질문에 횡설수설하며 얘기하던 중간에 오류를 깨닫고 다시 내 대답을 화급히 정정했다. 이러한 복잡한 거래구조의 업무에서 모든 작은 가능성까지 상상하고 답을 미리 내려놓는 그러한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상상력이든 꼼꼼함이든 어떤 이름을 달았든지간에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나는 예상조차 못한 질문을 , 그것도 다른 업무의 주 담당자가 , 그것도 커피뽑으면서 떠올릴 줄 아는 건 다 뭔가! 짧은시간이었지만 감탄한 나는 돌아와 몇분후 그녀에게 감동의 톡을 보냈다. 

“과장님은 쟁점 캐치가 빠른거 같아요. 문제의 카오스에서 쟁점을 단박에 좁히고 파고드는 기술. 지지부진 이야기할 필요없이 핵심만 잘 논의하게 되는듯!! 굉장한 장점인것 같아요. 닮고싶네요 !!” 

갑작스런 고백에 당황했는지 몇분후에 언니는 빨개진 얼굴로 내 뒤에 와서 웃으면서 백허그를 해줬는데, 그덕에 내가 더 놀랬다. 이런얘기를 원래다들 잘 안하던가 ? ㅎㅎ 난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다.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라 언니와 얘기하다보면 복잡한 것도 하나씩 조금씩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마땅히 감사함을 표해야했다. 


- ‘21세기 제언’책에서 봤는데 몇세기전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이 검열이었다면, 이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은 가짜뉴스라고했다. 우리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있다면 아마도 수없이 제기만 하는 이슈일 것이다. 답은 하지 않고 질문만해야 이기는 “질문하기”게임의 승자들처럼.
공격도 날카로움이 있는 자들이 잘하는 법이다. 나는 공격도 무르고 방어도 무르다. 순발력있는 공격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내가 그래도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방어다. 그러려면 나는 좀더 고민해야 한다. 생각하고, 의중을 파악하고, 행간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나는 비로소 이 분야의 최고봉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그저 뒤쳐지지 않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최근 다시금 느끼지만 나는 아무리봐도 논리력과 이해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부서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에게 썩 잘 맞는 일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은행에서 이 외환관리업무를 비교적 초반 커리어로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그 분야의 업무 수행가능자가 행내에서 얼마 안된다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마치 나의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일 뿐이다. 나의 개인적인 성향 중에 이업무와 부합하는건 단지 매뉴얼한 걸 편안해하는것, 그리고 조금 집요한 편인 성격 정도랄까.

나는 내가 잘 이해가 된 바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설명하는 편이지만, 두루뭉술하게 받아들인 것은 횡설수설 설명하곤 한다. 결국 잘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나는 여전히 내게 온 업무들을 한단어 한단어 곱씹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잘하지 못해도 노력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없지 않다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될 뿐.

겁이 많고 보수적인 편이지만 나를 조금씩 더 바꿔서 더 나은 나로 나아가야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도 아직 젊지 않나. 내게 남은 나날도 청년처럼 더 배워나가야지.내가 멈출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움도 끝이 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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