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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일기

임신일기 3 - 난임병원 두번째 이야기 : 선생님과의 케미 난임병원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일단 병원은 하나지만 고객마다 개별적으로 택하는 여러 선생님이 있고, 대개 여자 선생님들이다. (내가 다닌 병원은 여섯 분 전원이 여자분이었다.) 그리고 철저한 예약시스템이 따라 붙는다. 고객들은 주로 무표정이다 못해 차가운 느낌이고, 사람이 많아도 개인적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원장실마다 옆에 붙어있는 검진실과 시술실도 매우 독립적이고 프라이빗하다. 아무래도 선택적으로 방문하게 되는 병원인데다, 당장 어딘가 몸이 아픈 사람보다, 지치고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오기 때문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담당 원장님은 이곳 원장님 중 막내였다. 난임병원에 가기로 마음 먹고 나서 가장 처음 닥치는 미션이 어느 병원 어느 선생님을 찾아가느냐인데, 평판과 명성이 .. 더보기
임신일기 2 - 난임병원 첫번째 이야기 20대 무렵에는 내가 난임병원에 다니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약골 체질도 아니었고, 늘 잘 먹고 잘 자는 케릭터였으니까. 심지어 약사셨던 아부지는 어지간한 아픈 증상에도 병원은 커녕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나으니 기다리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목감기처럼 염증이 분명한 경우에만 집에 있는 오래된 약통 (약국시절부터 갖고 있는, 통안에 든 알약 수량이 어마무시한, 아마 몇백개 타블릿은 너끈히 들어있는 엄청 큰 약통)을 꺼내어 항생제를 주시는 게 고작이었다. 은행에서 세번째 지점으로 옮길 무렵쯤, 나는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로 결혼을 했고, 그때 그 지점은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은 곳이었다. 난 당연한 수순을 밟듯이 근처 산부인과에서 산전검사를 했고, 배란테스트기를 동원하여 날짜를 맞추곤 했다. 그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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