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531)
러시아에선 '펙토파'에 가면 밥을 준단다 ▲중앙백화점 '쭘' #공포의 첫끼 어느나라에 가도 첫끼는 인상이 깊게 남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재빠른 눈치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지리에도, 분위기에도 익숙치 않아 장소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대개 초반일수록 메뉴선정에 실패할 확률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의 2008년 첫끼는 육회, 2009년 첫끼는 식어빠진 스파게티였으며, 2010년에는 빠에야를 야심차게 골랐지만 그 흔한 피자보다도 맛이 없었다.) 길 모르고 어리버리한 여행자에게 푸드코트만큼 첫끼로 안전한 곳이 있을까. 영어메뉴도 그림메뉴도 주지 않는 러시아에서 손으로 가리킬 음식 실물이 있는 음식점이란너무나 고마운 곳이다. 뭔가 그럴싸해보이는 건물엔 푸드코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일단 들어갔다. 들어서니 이곳은 백화점...
나를 링크한 사람 어느날 티스토리 앱에서 둘러보다 '내가 링크한 사람' 이외에 '나를 링크한 사람' 이란 게 있는 걸 알게 됐다. 살펴보니 대개는 서로 링크해놓은 지인들인데, 마지막 한 블로그는 당최 누구인질 모르겠다. 내가 블로그명을 모르는, 다른 지인이겠지 싶어 들어가 무심코 둘러보는데 몇개의 글을 죽죽 읽어봐도 나와는 교집합도 없고, 누구인지 알수 있는 단어하나 소속하나 사진하나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블로그 오픈일자도 얼마 되지 않은데다 최근에 몰아서 글을 올렸는데, 몰아서 쓴것 치고는 내용도 가볍지 않고 길이도 꽤 긴 편이라 어디 다른 블로그에서 옮겨온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던 즈음. 덮어버린지 이틀만에 다시한번 열어본 목록에서 그 블로그가 사라졌다. 누군지 알수없는 블로그를 둘러보던 때보다 한 층 더 묘한 기..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크렘린, 굼백화점, 성 바실리성당과 역사박물관은 붉은 광장의 동서남북 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이며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모두 몰려있다. 러시아 역사의 한복판, 붉은 광장은 러시아 말로 곧 아름다운 광장이란 뜻. 내가 보고 싶었던 차갑고 우아한 바로 그 광장이다. # 그리고 굼 크렘린을 보고 난 뒤 역사 박물관을 끼고 언덕을 올라와 수많은 창을 가진 고풍스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이곳이 백화점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워낙 유명하여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굼의 위력. 고전 건축양식에 현란한 색을 더한 복원한 건물들은 고전미도 아니고 현대미도 아닌 저렴한 감흥을 안겨준다. 그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명한 외국 도시에서도 적잖게 느끼던 느낌. 하지만 굼은 진짜이다. 같은..
난관 ▲ 붉은 화살호 (모스크바발 상트행 야간열차의 대표적 이름)를 설명하기 위해. cosmos 호텔 티켓대행처에서 러시아 아줌마에게 적어준 문구. # 말하기 러시아는 훌륭한 어트랙션을 갖춘 멋진 여행지가 분명하지만 다른 이에게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 바로 요부분 때문일거다. 대화불가. 첫날 상큼하게 나선 우리는 호텔을 나오기도 전에 첫 난관에 부딪혔다. 그건 바로 다음날 쌍뜨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 기차역은 영어가 안통하니 가급적 호텔에서 예매하라는 팁을 미리 들었던 터라 호텔에 티켓대행처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건 뭐지..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나와 같은 인간종이긴 한데, 생김새는 비슷하나 전혀 다른 통신을 하는 외계인을 마주한 그런 느낌...?..
에어로플롯과 러시아 첫 발걸음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편 게이트 32A로 들어서는 순간, 동양인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돌아오는 날 비행기 체크인할때까지 한명의 한국인도 보지 못했다.) 짐이 제 주인을 찾아올 확률이 50%라는 러시아항공 에어로 플롯 우리는 핀란드에서 공동으로 운항하는 에어로플롯을 타고 모스크바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편안한 핀란드에서 늘어진 긴장을 챙기고 코트를 바짝 땡겨 매며 들어선 기내. 날 반기는 예쁜 스튜어디스의 환한 미소 러시아의 첫인상, 나쁘지 않은데? 악명높은 에어로플롯의 색은 온통 파랑이다. 시트도 새파랑. 트레이도. 복도카펫도 새파랑 네팔산 새파랑 목도리를 두른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이. 가벼운 파랑은 아니고 이정도로 진한 파랑의 느낌. 일러스트레이터 결에게 들은 풍월에 따르면 러시아..
수다쟁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도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니까 남들은 얼마나 치밀하게 통로를 차단하고 고민끝에 조심스레 반쯤 오픈하는데. 나는 어찌나 널널한지 뒤는 생각도 안하고 마구 벌려놓는다. 내 귀가 어두워 내 못난 센스를 모르는 척. 마음이 물렁물렁하여 이리저리 헤집어놓은 사람마음만 여러개. 시시껄렁한 주제로도 하고픈 이야기가 뭐 그리 많은지 역시 난 수다쟁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사당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시간이 남아 반디앤루니스에 들러 인문사회 베스트코너를 죽 훑었다. 「 당신은 마음에게속고있다」 「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 」 「 아무도 울지않는 연애는 없다 」 「 심리학이 어린시절을 말하다 」 「 아프니까 청춘이다 」 「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 위 책들의 부제는 이러했다. 내 안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위로의 이야기,사람에 상처입은 나를 위한 심리학, 유년의 상처를 끌어안는 치유의 메세지. 러프하게 말하자면, 저책들의 주제는 나를 만나라! 나를 위로하라!! 나를 사랑하라!! 쯤 되겠다. # 올해 출판계의 키워드는 '공감'과 '위로'라는데 우리 독자 모두는 어찌나 힘들고 그렇게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위시로 모두들 위로의 방법과 마음먹는 방법..
키릴문자 VANTAA 이중 모음구조 따위는 비교조차 될 수 없다. 이것이 이국의 문자이다. 영어로 말하지도 않고, 영어로 써주지도 않는, 오로지 러시아어로만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는 세계화시대의 사막같은 곳. 러시아어(끼릴문자)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자, 가장 설레는 부분이기도 했다. `즈드라스트부이쩨`라는 인사는 무려 8자의 글자로 이뤄진 내가 들어본 한 가장 긴 '헬로' 였고, 알파벳이 섞이긴 했지만, г ж я п ф 와 같은 러시아 글자는 "이곳이 바로 듣도보도 못한 진정 딴나라구나"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이국의 아이콘. 우리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나중엔 여행중 살아남기 위해서 러시아어를 읽었는데, 생존과 직결된 로컬러시아어는 머지않아 조금의 인내심, 시간을 주면 짧은 단어를 곧잘 읽어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