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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

9호선 퇴근길 ​ 오늘은 퇴근길에 구호선 완행을 탔다. 방금전에 오른쪽 승강장에서 급행열차가 막 떠나기도 했고 , 동시에 왼쪽 승강장으로는 완행열차가 진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퇴근시간에는 아무래도 급행보단 완행이 사람이 적어서, 완행을 타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몸은 좀더 편히 갈수 있는데, 필사적으로 급행을 사수해야하는 출근시간과는 달리 조금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퇴근할수 있다고 해야하나. 금요일 퇴근길인데 일주일중에 가장 여유를 부려도 될만한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신논현에서 처음 탈 때까지만 해도 그 결정이 옳았다 할만큼 여유가 확보되었다. 완행을 탄김에 은행도서실에서 도착한 책을 읽으려고 꺼냈는데, 급행에서 책읽기란 사치이자 한사람의 숨쉴공간을 빼앗는 이기적인 행동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더보기
10월-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나오는데,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나를 기다린다. 어두컴컴한 상가복도를 나오는 순간 별안간 환해진 빛에 눈을 반쯤 찡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간간히 불어오는 서늘하고 깨끗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린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한점 없어 그 깨끗함을 카메라로 한장 담았다. 뒷길 차도를 조심스레 건너 교보타워 주차장쪽 보도로 올라섰는데 점심시간에 몰려 우르르 이동하는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에게 길을 비켜주느라 화단 사이의 좁은 보도로 잠시 발을 옮겨 서 있었더니 화단에 수북히 꽂힌 자주색 국화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를 내뿜는게 코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이게얼마만에 맡아본 꽃향기인가 하는 스스로의 물음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등뒤로 내려앉은.. 더보기
9호선 출근길 내가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9호선은 문을 여닫을 때마다 가끔 기관사가 안내를 직접 해주는 경우가 있다. 사실 1~8호선에서는 “출입문 닫습니다” 안내를 주로 녹음된 멘트로 들었던 기억인데, 유독 9호선 이용시에 직접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걸 자주 느낀다. 9호선이 출퇴근 시간에 혼잡도가 유독 높아서인지, 홀로 민자라서 시스템이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녹음된 멘트가 아닌 라이브멘트가 튀어나오면 갑자기 현실감이 나고, 더불어 의례히 타고 내리던 행위에 대해 경각심있게 주변을 살피게 되는 건 사실이다. 오늘 9호선 기관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급행열차의 출입문을 여닫을때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이제 출입문 닫으니 다음열차 이용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자 처음엔 녹음된 멘.. 더보기
당산역입니다 당산역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이번역은 당산,당산역입니다. 이번역에서 내리실 고객님은 왼쪽으로 하차하여 주십시오. “ 이시간에도 구호선 급행은 사람이 많아 내리려면 사람들을 헤치고 문으로 돌진해야 한다. 고속터미널에서 꾸역꾸역 밀려든 사람때문에 나는 이미 반대편 출입문언저리까지 와있었다. “내릴께요” 사람들을 밀치고 나가는게 싫어 차가 서지도 않았는데 무미건조한 말투로 미리 내뱉었다. 아무도 내 말에 머리털하나 반응하지 않는다. “내릴께요!” 바로 앞에 선 키큰 남자의 등이 움찔한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내 눈이 착각한것 같기도 하고 . 서있는 사람들의 어깨가 다같이 왼쪽으로 출렁이는가 싶더니 이윽고 두발에 중력이 고루 느껴진다. 어서 퀘퀘한 냄새나는 칸에서 벗어나야지. 출입문 유리밖으로 줄서있는 .. 더보기
2017 생활정리 2017 생활정리 ​ 독서생활​ 01.우리삶이 춤이된다면 02.스파이 파울로코엘료 03.THE PATH 마이클 푸엣 04.소곤소곤홍콩 05.직업으로서의 소설가 06.이것이 모든것을 바꾼다 07.소설가의 일 08.화폐대전환기가온다 09.환율의미래 10.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11.아무것도 하지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2.일의미래: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13.인생 위화 14.제로 빅투아르 도세르 15.약간의 거리를 둔다 16.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7.사람의목소리는빛보다멀리간다 위화산문집 18.타인의고통 19.두도시이야기 20.냉정한 이타주의자 21.아이들은즐겁다 22.정재승*진중권 크로스2 23.인간실격 24.언어의온도 25.달콤함이번지는곳 벨기에 27.벨기에디자인여행 28.일상이축제고.. 더보기
도장 도장을 파주셨다. 나의 기관팀 팀장님과 짝꿍이었던 한과장님이 함께. 과장이 된걸 축하한다며 두분이 같이 건네는 마음에서 한층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3개월만에 공중분해되는 팀이지만, 나에게는 이 낯설고 어려운 영업부에서 처음이었고, 따뜻했고, 조화로웠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과 성의와 배려를 다하며 노력하는 관계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겁게 일하는 하루하루였다. 같은 크기의 애정으로 다시금 만날수 있을런지 자신할수 없을만큼 꿈같은 2017년의 봄이었다. 더보기
중림동 "가벼운 브리티시팝에서 계란말이의 냄새가 난다 " 내메모에 언제 쓰인지도 몰랐던, 지난주 주정 멘트 술마시면 감각이 짬뽕이 되나봄. 님 자제 좀.. 더보기
지하철 안내방송 처음으로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다보니 다른 땐 못들었던 것 같은 안내방송이 자꾸 귀에 걸린다. 6호선에선 "출입문 닫습니다" 라고 나오는 안내방송이 4호선에선 "출입문 닫겠습니다" 라고 나오는 게 바로 그것. 사실 닫습니다나 닫겠습니다나 평범한 한국인인 내가 듣기에 의미상 별 차이는 없어보이긴 하는데, 자꾸 듣다보니 묘하게 뉘앙스 차이가 점점 심해지는 기분이다. 일단, 진행형 문장인 '닫습니다'에 비해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닫겠습니다'가 좀더 공격적인 느낌이 나는건 사실. 특히 문이 열리고 안에 탄 승객들이 미처 다 내리기 전부터 "출입문 닫겠습니다!" "출입문 닫겠습니다!!" 라고 무자비하게 반복하는걸 듣고 있자면 어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이 스크린도어가 나를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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