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Pic/일상

당산역입니다

당산역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이번역은 당산,당산역입니다. 이번역에서 내리실 고객님은 왼쪽으로 하차하여 주십시오. “
이시간에도 구호선 급행은 사람이 많아 내리려면 사람들을 헤치고 문으로 돌진해야 한다. 고속터미널에서 꾸역꾸역 밀려든 사람때문에 나는 이미 반대편 출입문언저리까지 와있었다.
“내릴께요”
사람들을 밀치고 나가는게 싫어 차가 서지도 않았는데 무미건조한 말투로 미리 내뱉었다. 아무도 내 말에 머리털하나 반응하지 않는다.
“내릴께요!”
바로 앞에 선 키큰 남자의 등이 움찔한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내 눈이 착각한것 같기도 하고 .
서있는 사람들의 어깨가 다같이 왼쪽으로 출렁이는가 싶더니 이윽고 두발에 중력이 고루 느껴진다. 어서 퀘퀘한 냄새나는 칸에서 벗어나야지. 출입문 유리밖으로 줄서있는 피곤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5초가 지났나. 맨앞에 줄서 있던 긴 머리 여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전동차 안은 귀신이 지나간듯 어색한 정적이 이삼초간 찾아왔다.내앞에 선 남자의 등이 다시 움찔한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오른손의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타탁거리는 손가락때문에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문이 왜 안열리지?
10초가 지났나. 아무도 아무런 말이 없다. 갑자기 퀘퀘한 냄새가 훅하고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전동차에 탄 사람들은 바깥을, 바깥에 서있는 사람들은 안쪽 사람을 쳐다보며 대치상태로 서있다. 흡사 지하철에 출현한 군단처럼, 이상하다. 멈춘건가? 왜 아무도 말이 없지?
이대로 혹시 문이 안열리면 어쩌나 왜 아무 안내가 없는걸까, 갑자기 얼굴이 후끈 더워진다. 이시간에 차가 고장나서 이 사람들이 여기 다갇히면 어떻게 해야하나. 혹여 누군가 발작하여 소리를 지르거나 행패를 부리면 도망갈 곳도 없는데, 근데 또 갑자기 든 생각인데 여기 사람이 이렇게 많은게 공기가 부족하진 않을까?이상한 냄새가 나는것 같았어 처음탈때부터. 안에 이상한 폭탄같은게 있으면 어떡하지?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은데....?!!!

뚜뚜뚜..
문이 열린다.
밀치고 나가는게 싫다더니 미식축구 하는양 어깨 부딪히며 밖을향해 돌진했다. 하아 - 이제 솜 숨이 쉬어지네.
지상으로 탈출해야할 시간이다.

728x90

'Journal & Pic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0) 2018.10.19
9호선 출근길  (2) 2018.10.17
2017 생활정리  (3) 2018.03.26
중림동  (2) 2017.06.12
지하철 안내방송  (0) 2017.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