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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10월-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나오는데,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나를 기다린다. 어두컴컴한 상가복도를 나오는 순간 별안간 환해진 빛에 눈을 반쯤 찡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간간히 불어오는 서늘하고 깨끗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린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한점 없어 그 깨끗함을 카메라로 한장 담았다. 뒷길 차도를 조심스레 건너 교보타워 주차장쪽 보도로 올라섰는데 점심시간에 몰려 우르르 이동하는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에게 길을 비켜주느라 화단 사이의 좁은 보도로 잠시 발을 옮겨 서 있었더니 화단에 수북히 꽂힌 자주색 국화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를 내뿜는게 코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이게얼마만에 맡아본 꽃향기인가 하는 스스로의 물음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등뒤로 내려앉은 햇볕. 10월 중순이 넘었지만 맑은 날 한낮은 아직 작지 않은 열기이다. 방금전 서늘하고 상쾌했던 등판에 햇볕이 비추며 웃옷에 서서히 따뜻함이 배어든다.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올라가는 온도가 느껴진다. 이대로 조금더 따스함을 누리고 싶다. 그 생각이 들어 화단을 지나 몇발자국안되어 갑자기 중간에 멈춰섰다. 하루에 직접 쐬는 따뜻한 자연의 볕과 바람이 몇분이나 되겠나. 매일같이 이토록 찬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 나는 그걸 하루에 고작 몇분밖에 못 보고 지나친다니 너무나 아까운게 아닌가. 들고있던 책을 옆구리에 끼고 핸드폰을 열어 메모장을 켰다. 등뒤의 빛 때문에 화면이 어둡게 보이고 간간히 각도를 기울여가며 반사되는 빛을 최소화하여 글씨를 이어가야하지만 이 장소 이순간의 감각은 이곳을 떠나면 날아가버릴것 같았다. 주차안내를 하는 아저씨는 보도 길가에 갑자기 생뚱맞게 서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한 여자가 이상해보이는지 슬금슬금 눈길을 주다가 이제는 모르겠는지 그냥 내버려둘 모양이다. 10분쯤 지난것 같다. 목덜미가 뜨거워지고 볼뒤쪽부터 열기로 붉어져온다. 카톡 메시지가 몇개 울린다. 이제 들어가 메세지를 살피고 지인들에게 이 따뜻함을 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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