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 Pic 썸네일형 리스트형 유모차는 장갑과 함께 몇일동안 뿌옇던 미세먼지가 걷히고 한파가 찾아온 날, 오랜만에 보는 흰 구름에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남편은 출근한 주간 근무날, 여유있는 산책을 나갈 계획을 꾸렸다. 날씨가 추워 걱정이 될만도 했지만, 언젠가 제대로 겨울맞이 산책을 해봐야겠다고 한 것이 바로 오늘 그날이다. 오후 세시. 먹고 싸기를 마친 아기 컨디션은 최상. 유모차와 함께 물려 받은 풋머프란 물건을 유모차에 처음 장착해보았다. 방풍커버는 없지만 방한복을 방불케하는 이정도 두터운 겉옷이면 이 날씨에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샘솟았다. 비닐 안에 꽁꽁 싸매고 다니는 다른 유모차가 늘 답답해 보이기도 했고. 두꺼운 내복과 양말을 챙겨입히고 아기 몸을 풋머프에 끼워보았다. 전에 사둔 파일럿 모자를 씌우고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볼도 가려주니 .. 더보기 백일 아기에게 의지하는 엄마라니요 남편이 분리수면을 시작하는게 어떤지 물었다. 혼자서 아기침대에서 잘 잠드는 우리 아기는 꽤 높은 확률로 ‘따로 자기’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기와 우리 부부의 수면 질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머릿속으로 계산이 끝났음에도 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4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남편의 야간출근날에 현재 아기와 한 침대(어른침대)에서 나란히 자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그날도 평소처럼 아기침대에서 재우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난 임신 전, 임신 중에도 ‘혼자자기’를 썩 좋아하진 않았다. 그러다 아기가 태어나자 남편이 없는날 내가 아기를 한 침대에 끼고 자기 시작하면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 물론 아.. 더보기 아기랑 좋은 시간 보내 "아기랑 좋은 시간 보내" 가끔 이 말이 실감이 난다. 한 때 많이들 했던 '행복하자'라는 말처럼. 의식하지 않으면 이 시간이 좋은 시간인지 모르고 그저 흘러가게 둬버릴 것 같다. 나중에 돌아보면 좋았는데 왜 더 즐기지 못했나 했겠지. 오늘 아침은 일곱시쯤 일어나 세수를 하고 수유를 하면서 엄마아빠에게 안부문자를 했다. 일어나 목이 말라 어제 한시간 끓여 식혀둔 상황버섯물을 한 잔 마셨는데 나와 아기의 면역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빠가 강화도 야생에서 캐 가져다준 귀한 것이다. 바로 끓일 수 있게 유리냄비까지 대령해다 주셨는데 나는 고작 불만 켜면 되는 것을 귀찮다며 미뤄뒀었다. 요며칠 날씨가 춥고 건조해져 서랍 깊히 박아둔 냄비와 말린 버섯을 꺼내어 물을 끓였다. 구수한 버섯냄새가 온 집에 가득하다... 더보기 크라우드웍스 탐방기 세상 만물의 관심과 재테크로 24시간이 모자른 킴밍 덕에 알게된 크라우드웍스. 6개월 미만 아기의 눈동자를 찍는 영상 작업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 포인트도 꽤 많고 현금전환도 가능하니 꽤 쏠쏠한 제안이다. 임신출산과정에 개인정보와 맞바꾸는 무료샘플과 행사에 하고싶은 맘과 싫은 맘 반반이 뒤섞여 늘 죽도밥도 안되었던 나. 근데 이건 개인정보라기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수집하는 회사니 초상권 문제는 없을 것 같고. 합리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인공지능이 활성화된 시대에 평균이상으로 매칭률이 높은 눈동자형, 얼굴형, 표정형 원판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 ㅎㅎ 진행절차를 위해서 크라우드웍스에 가입하고 프로필도 작성하고 폼도 제출하고 이것저것 사이트를 둘러보며 구경을 하였는데, AI를 위한 기본 데.. 더보기 백일상 이야기 돌아보니 아기 백일 잔치를 준비하며 예상 외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대단한 처음보는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흔히들 불편해하는 시댁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심지어 백일 사진은 스튜디오를 예약해 놓아서 집에 차리는 백일상은 약식이었는데. 일단 내가 이런 행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본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기 때문인 것 같다. 회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철부지 둘째라는 이유로, 오래된 연인이자 꽁냥거리는 기념일은 오그라든다는 이유로, 자칭 스타일이 형식파괴적이라는 이유로, '본 행사'의 무게를 제대로 감당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의 입장이 되어 온전히 아이를 키우도록 시간이 주어졌고 그 아이의 처음 맞는 기념일로써 백일을 준비하게 되니 더는 빠져나갈 구실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나.. 더보기 달리기 두번째 이야기 작심삼회가 아니라 작심일회였다. 거창하게 글까지 써놓고서는 두번째 달리기는 한달하고도 오일만에 이뤄졌다. 게으른 나를 반성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뛰었는데도, 그저 20여분 투자한 그 시간에 대한 소감을 또 한번 거창하게 밝히는 포스팅이다. 뛰고 오니 놀랍게도 기분이 무척 심플해진다. 주변의 몇가지 묵혀둔 걸 자신있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살까말까 할까말까 고민되는 것들? 정리하는 것? 연락하는 것? 그냥 하면 된다. 혹은 하지 않기로 하던가. 깔끔하게 어두운 방에 박혀 고민하고 주저하는 시간에 뭐든 시작하고 지속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몸의 세포가 깨어 그런지 활력이 생겨 그런지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땀 흘린 후 개운함 때문인가. 나처럼 생각만 복잡한 걱정인.. 더보기 아기 앞에서 춤을 추었다 계절이 바뀌어 옷장정리를 하다가 미국에 여행갔을 때 샀던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글씨가 샛노랑색이라 알록달록해보여 그런지 아기가 내가 입은 티셔츠를 유심히 바라 보았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비치에서 산 기념 티셔츠. 정면엔 서핑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정확히 무엇이 써있는지 몰랐던 나 역시 고개를 내려 읽어 보았고 핸드폰을 열어 정해진 운명처럼 Surfin USA를 틀었다. 그리고 아기 앞에서 춤을 추었다. 처음엔 내 몸짓에 반응하는 아기가 귀여워서 팔을 조금 흔드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 노래가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어느새 거의 막춤에 가까워졌다. 아기 가재 손수건을 깃발처럼 한손에 들고 저녁무렵 어두워진 거실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춤을 추었다. 비치보이즈와 비틀즈 척베리 듀란듀란의 음악에 춤을 추었.. 더보기 아기는 엄마의 미안함으로 키운다 오늘로 아기는 90일이 되었다. 부쩍 이 아이가 사랑스럽다. 아기는 이제 피부에 동전 습진 같은게 생기거나 눈물샘이 확연하게 안터지거나 뒤통수가 균형이 안맞는 등 조금씩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나는 이 친구를 더 관찰하고 아끼고 그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 갓 태어난 상태의 아기에게 나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그 당시의 난 아기란 완전무결의 상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생각도 지금 돌이켜보면 옳지 않았다. 아기는 아무리 예정일을 채웠어도 모든 장기의 성숙을 다 갖추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며, 태어날 때 문제가 없었어도 어떤 장기들은 단지 신생아라는 이유로 쉽게 이상을 보이고 특별한 조치 없이 단지 월령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 더보기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