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분리수면을 시작하는게 어떤지 물었다. 혼자서 아기침대에서 잘 잠드는 우리 아기는 꽤 높은 확률로 ‘따로 자기’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기와 우리 부부의 수면 질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머릿속으로 계산이 끝났음에도 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4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남편의 야간출근날에 현재 아기와 한 침대(어른침대)에서 나란히 자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그날도 평소처럼 아기침대에서 재우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난 임신 전, 임신 중에도 ‘혼자자기’를 썩 좋아하진 않았다. 그러다 아기가 태어나자 남편이 없는날 내가 아기를 한 침대에 끼고 자기 시작하면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 물론 아기가 원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한 것이었다. (아기가 내가 없다고 운 것이 아니다)
남편이 어디 멀리 있는 것도 아닌, 그저 반나절 집에 없는 밤일 뿐인데도, 이 아이와 떨어져서 밤을 지내기가 두려운 나는 무엇인가. 이 아이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말인가. 말도 걸음도 떼지 못한 이 작은 아기에게.
그렇다. 이 아이의 존재가. 아기의 존재감은 내가 끊임없이 부풀리는 중이다. 가끔 내가 가진 비루한 의지력보다 이 아이가 확고하고 단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대개 확신에 찬) 남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가끔 아기치고는 너무 긴 것 같은 집중력과 눈빛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너무나 심약하다. 내가 아이의 우주가 되어 마음과 몸으로 지켜줄 생각은 하지 않고, 아이가 날 지켜줄 생각을 벌써부터 하는 격이다. 마치 자식을 많이 낳으면 어느 한놈은 나를 부양하겠지 한다는 아프리카의 다산하는 엄마 처럼.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내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나조차도 놀랐다. 그렇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다. 나도 엄마가 되는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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