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랑 좋은 시간 보내" 가끔 이 말이 실감이 난다. 한 때 많이들 했던 '행복하자'라는 말처럼. 의식하지 않으면 이 시간이 좋은 시간인지 모르고 그저 흘러가게 둬버릴 것 같다. 나중에 돌아보면 좋았는데 왜 더 즐기지 못했나 했겠지.
오늘 아침은 일곱시쯤 일어나 세수를 하고 수유를 하면서 엄마아빠에게 안부문자를 했다.
일어나 목이 말라 어제 한시간 끓여 식혀둔 상황버섯물을 한 잔 마셨는데
나와 아기의 면역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빠가 강화도 야생에서 캐 가져다준 귀한 것이다.
바로 끓일 수 있게 유리냄비까지 대령해다 주셨는데 나는 고작 불만 켜면 되는 것을 귀찮다며 미뤄뒀었다.
요며칠 날씨가 춥고 건조해져 서랍 깊히 박아둔 냄비와 말린 버섯을 꺼내어 물을 끓였다.
구수한 버섯냄새가 온 집에 가득하다.
한김 식혀둔 냄비를 물끄러미 보다가 부모님께 몇주만에 문자로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엄마아빠도 버섯 많이 드시고 꼭꼭 건강하세요.
비오는 월요일 아침.
뿌옇게 흐린 시야 사이로 보이는 출근차량들을 바라보며 조금 서늘한 기분. 오페라 백선을 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날씨 때문에 전개가 있는 음악이 듣고 싶었나보다.
화려한 영상을 트는 것은 어렵지만, 아기를 돌보면서 bgm으로 음악은 더욱 많이 듣게 된 것 같다.
크롬캐스트를 구입한 이후에는 영상이 바뀌지 않는 재즈 브금들도 틀어놓을 수 있어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활기찬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교정 필라테스를 해야지.
그리고 집정리를 하며 물건을 좀 내다 팔 예정이다.
테니스는 내년부터 칠 예정이지만 라켓은 사두어야지. 산뜻한 색깔이 좋겠어.
트리도 설치하고 주말에 맞을 손님에게 내놓을 음식도 생각해봐야겠다.
어느덧 배부른 아기가 나를 보며 말을 건다.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옹알이를 따라하며 놀았다.
부쩍 다리에 힘이 생겨 일어나고 싶은 아기를 일으켜 세워 같은 곳을 바라보며 또 놀았다.
오늘 아침 문자를 나누며 엄마가 내게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얼굴과 말투에 드러났을 것이다.
그간 내가 회사 다니면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 지 좀 부끄러웠다.
가끔씩 엄마가 전화를 끊으면서 '아기랑 좋은 시간 보내 '라고 하는데,
그게 참 친구들의 '고생해'와는 다르게 들린단 말이지.
난 아직까진 전자인 것 같아서 그게 참 다행이다.
남편과 함께 육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귀여운 아기를 보며 웃고, 하나하나 커나가는 걸 보며 놀라고
이것저것 아기용품도 갖추며 즐거워하고
아기 재운 시간엔 보고싶던 드라마나 스포츠도 보고
가끔 스트레칭과 운동도 하고
커피와 디저트를 차려놓고 글도 쓰고
난 요즘 너무 좋다.
아가와 정말 좋은 시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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