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Pic

식사시간 한시간에 정신을 다 뺏기는 것 같은 불편함 점심시간이 되어 11시반에 oo김밥으로 향하면서 오늘은 말하리라 다짐했다. 오늘도 에어컨 앞 일인석에 앉히면 꼭 이야기하리라. 지하1층 아케이드에 자리한 좁디좁은 이 분식집은 작은 테이블을 다닥다닥 붙여놨는데, 그중에도 맨 구석에 에어컨을 마주보고 붙여놓은 일인석자리가 하나 있다. 나머지는 다 이인석이고 상황에 따라 띄었다 붙였다 하지만, 저 구석 저 자리는 항상 혼자온 손님의 몫이다. 유리문을 열었더니 오늘따라 왠일인지 주인아저씨는 없고 아내분과 보조하시는분 이렇게 둘만 있었는데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다. 역시나 예의 그 일인석으로 가볍게 안내하길래 나는 재빨리 이야기했다. 저 자리는 싫다, 차라리 반대편 벽쪽 이인석 구석에 앉겠다. 내가 제일 먼저 왔고 자리가 이리 많은데 혼자 온 손님이라고 무슨 벽보.. 더보기
가지 않은 길 늘 본인 스스로를 폄하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때 외고에 진학했다가 날고기는 동년배들에 겁에 질려 입학한지 얼마 안되어 전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려움도 두려움이겠지만 압박과 경쟁으로 가득찬 분위기와 그 사이에서 서로 견제하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친구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선택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이것밖에 되지 못했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때부터였나. 무엇을 대하듯 실패한 인생이고 원죄를 품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가지 않은 그 길이 어땠을까?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한다면 글쎄,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달콤해보인다. 혹여 그길을 가는것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수 있었을지라도, 현실의 고통을 담.. 더보기
풍경화 & 초상화 문득 영어버전으로 되어있는 노트북의 출력버튼을 누르다가 가로는 landscape, 세로는 portrait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낭만적이기도 하지, 우리도 가로세로 말고 풍경화, 초상화 이렇게 쓰면 안되나? 더보기
단정할 수 있나 과학적 실증 결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하여 물리학 박사조차도 혹시나 이것이 단정적 문장일까 우려한다. 점심나와 이런 훌륭한 문장의 과학잡지를 보면서도 회사의 부조리함 생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나도 한심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모르겠다. 회사의 그 인간들은 매사에 뭘 보고 그렇게 단정적으로 구는지? 되도 않는 망발을 늘어놓는 사짜타입 인간들 레알 극혐. 더보기
성격과 염치 윗사람 몇이 자리를 한번에 비웠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조용하고 일 할만 하였다. 영업점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에 대응하여 차분히 생각하고 이곳저곳 물어보기도 하고 대답을 정리할 수 있었고 훨씬 생산적으로 일할수 있었다. 물론 무기한 이런 상황이면 이렇지만은 않겠지. 내게도 관리자와 책임자의 역할이 추가로 부여될 것이다. 원래 그들이 있다가 지금만 잠시 없는 시간이라 편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런 걸 접어두고도 귀마개따위 생각나지 않는 오랜만에 너무도 정말 일 할만한 날이었다. 피신을 떠나지 않아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 ​ 전에 친구와 함께 만났었던 한 차장님이 휴직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나 건강으로 인한게 아닌, 퇴직 대신 어쩔수 없이 선택한 자발적 휴직이다. 벌써 경력 2.. 더보기
기본 식당에 갔을때 덜마른 냄새가 나는 행주로 상을 닦아줄 바에는 그냥 닦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건 별게 아니다. 회사에서도 보면 어떤 친구는 자리가 굉장히 너저분한 채로 어떤 친구는 잘 정돈된 채로 일을 하는데, 자리가 사람의 모두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손님쪽 자리에서 지나가다 보더라도 그 기본(이 회사에서는 믿을만한 직원)이라는 것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건 금방 느낄 수 있다. 간혹 회사의 어떤 이는 단정한 몸가짐과 청결에 대해 나의 (반성과 더불어) 지각과 인식의 경계가 넓어지는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깨끗히 세탁되고 잘 다려진 옷과 소지품이, 단정히 닦이고 가지런히 나열된 물건들이 그 주인의 품격을 올려준다. 그런 주인은 여지없이 해야할 일과 하지않아야 하는.. 더보기
삼겹살 평일 저녁 퇴근후 지친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자고 고깃집에 앉아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는 이것이 누군가의 명상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워지는 소리와 그 뜨거운 기름판위에 부글거리는 비주얼이 뭔가 백색소음처럼 머릿속을 멍하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원시시대의 동굴 속 불을 바라보는 일처럼 긴장감을 내려놓는 일. 한편 익어가는 불판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짠하는 유리잔에 차곡차곡 쌓이는 공감대가 어떨때는 동료애로, 어떨때는 인간미로 기화하여 온 정신을 사로잡는다. 다른 관계적 의미나 사회적 지위들은 다 벗어던지고 지금 이 고기를 먹는 일과 마주 앉은 이와 짧아도 집중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게 지금 주어진 미션같은 그런 느낌. 특히 회사라는 전장에서 누군가와 진흙탕 싸.. 더보기
글쓰기 아침에 당번이라 일찍 출근한 김에 어제 못다 쓴 글을 이어쓰기 시작하였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데만 20분이 훌쩍 지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서사를 늘어놓는 일기의 본질적 한계 때문에 맥락없이 나열을 하다가도, 뭐든 끝마무리는 말끔히 되어야 제대로 끝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마지막에 집중하는 편인데, 유독 어떤날에는 문장이 꼬인다는 느낌이 한번 들면 그건 희한하게 어떻게 써도 도저히 답이 안나올 때가 있다. 어떻게든 얼른 마무리 하고 싶어 이리저리 고쳐봐도 나아지긴 커녕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드는데 마침 오늘이 딱 그랬다. 마무리로 몇 문장 정도가 경합을 벌였는데 아무리 해도 만족스런 결말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 아예 다 들어내고 순서를 뒤바꿔버렸다. 어려서부터 뭔가 한 뭉텅이의 글을 써야할때, 나는..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