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본인 스스로를 폄하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때 외고에 진학했다가 날고기는 동년배들에 겁에 질려 입학한지 얼마 안되어 전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려움도 두려움이겠지만 압박과 경쟁으로 가득찬 분위기와 그 사이에서 서로 견제하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친구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선택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이것밖에 되지 못했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때부터였나. 무엇을 대하듯 실패한 인생이고 원죄를 품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가지 않은 그 길이 어땠을까?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한다면 글쎄,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달콤해보인다. 혹여 그길을 가는것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수 있었을지라도, 현실의 고통을 담보로 보장받은 미래가 과연 진정히 반드시 장미빛인건지 알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나은 학벌이 더 나은 직업을 갖게 해준다는 것도 확률을 조금 더 높일 뿐이지 확실한 것은 아니다. 여러 개의 직업을 가져보진 못했지만 여러 군데 부서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해보면서 나의 사회생활 성취도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어떤 이들과 일하는지’가 무엇보다 크게 좌우한다는 걸 느껴왔다. 어느 직업을 선택해도 상대적 박탈감은 존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이 어떤 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더 최악인 것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찬란한 시기를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억지로 버티면서 한번뿐인 학창 시절을 먹칠을 하는 건 옳은 일인가? 평생의 동반자가 될수도 있는 친구들을 잃어도 괜찮은 걸까?
짧은 인생에 억지로 무언가를 하느라 버려지는 시간이 있다면, 나는 그냥 그것 자체로 시비를 가릴수 있다. 그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최소 나에게는.
(물론 이 모든 것은 겁먹어서 외고 지원조차 하지 않은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면, 일테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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