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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

임신일기 2 - 난임병원 첫번째 이야기 20대 무렵에는 내가 난임병원에 다니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약골 체질도 아니었고, 늘 잘 먹고 잘 자는 케릭터였으니까. 심지어 약사셨던 아부지는 어지간한 아픈 증상에도 병원은 커녕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나으니 기다리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목감기처럼 염증이 분명한 경우에만 집에 있는 오래된 약통 (약국시절부터 갖고 있는, 통안에 든 알약 수량이 어마무시한, 아마 몇백개 타블릿은 너끈히 들어있는 엄청 큰 약통)을 꺼내어 항생제를 주시는 게 고작이었다. 은행에서 세번째 지점으로 옮길 무렵쯤, 나는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로 결혼을 했고, 그때 그 지점은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은 곳이었다. 난 당연한 수순을 밟듯이 근처 산부인과에서 산전검사를 했고, 배란테스트기를 동원하여 날짜를 맞추곤 했다. 그러.. 더보기
망원동 초콜릿 샵 - 카카오다다 cacaodada 망원동에 이사오고 나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조그마한 고퀄 맛집들이 많다는 것이다. 카카오다다는 집에서 5분거리에 있는 초콜릿가게. 단순 초콜릿가게라고 하면 이집에서 좀 속상할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무려 이렇게 많은 국제대회의 상을 휩쓴 , 범상치 않은 초콜릿을 파는 곳이기 때문이죠. 세계 각지의 카카오농장에서 엄선한 카카오빈을 직접 볶고 갈아내는 과정을 통해 빈투바(Bean-to-Bar)초콜릿을 만든다고 소개가 되어있는데, 빈투바는 cacao bean to chocolate bar, 그러니까 재가공 과정 없이 직접 카카오콩으로 만든 초콜릿바를 의미한다. 몰랐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초콜릿들은 외국의 초콜릿을 대량으로 사와서 다시 녹여서 바를 만든다네? 아마 대량공정의 효율성과 가격을 생각해서겠지... 더보기
드로잉 원데이클래스 - 아크릴화 그리기 휴직하고 하고 싶었던 취미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림 그리기였다.재작년에는 물감을 사서 수채화를 끄적거려봤고, 작년에는 펜을 사서 어반드로잉을 해봤는데 둘다 그럭저럭 재미는 있었으나 너무나 혼자서 노하우도 없이 고군분투하는 것. 그래서 휴직 후 몇달의 시간이 나면 원데이클래스나 3-4번 초급반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집근처에도 클래스가 여럿 있어서, 가까운 곳에 적당히 예약을 했다. 신청 후 무엇을 준비해야하냐 물었더니 스케치를 미리 해준다고 그릴 그림을 보내달라고 한다. 무슨 그림을 그릴지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그때부터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는데, 생각을 계속하다보니 문득 무엇을 그릴지를 고르는 것은 무슨 그림을 구매하느냐 결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었다. 펜과 .. 더보기
사과양과 만남 며칠전 오랜만에 사과양을 만났다. 임신정도의 소식을 알려야 만날수 있는 레어템 그녀. 거침없이 시원시원한 그녀의 언변은 여전했다. 화끈하게 사는 밥도 역시. 세시간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꽤나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었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식도 많이 알게되었고, 이제서야 알게되어 부끄럽고 미안한 일들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 그런 생각에 잠겼다. 지난 달 식빵이가 찾아온 것도, 그리고 이번에 이렇게 사과양을 만난 것도 그동안 친구들이 나에게서 멀어진 게 아니라 내가 그녀들에게서 멀어졌구나 하는 것. 아이를 갖지 않은 집이 아이를 가진 친구와 어떤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갈지 시시때때로 어색해지는 것. 그만큼의 포용력을 적극적으로 갖추지 못하는 것. 몇년만에 만나도 편안함을 기반으로 깊은 이야.. 더보기
임신일기 1 - 임신을 대하는 마음 임신 사실을 알고 나니 언젠가 해야하는 밀린 숙제를 드디어 착수한 첫째날의 심정과 같이, 앞으로 채워나갈 일이 걱정은 되면서도 한편으로 이제 드디어 시작했다는 안도감 및 여유가 생긴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나의 늦은 스타트와 앞으로 남은 창창한 과정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동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이에 대한 적극적 노력을 은연중에 거부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 남의 집 아이들을 보면서 속내 기꺼이 안부를 물을 수도, 질투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던 나는 핑계댈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혹시나 올수도 있는 임신 때문에 안그래도 결정장애자인 내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희망부서 공모, 장기로 운동 끊기, 취미생활 시작하기, 몇달 뒤 해외 여행 일정 정하기, 피부과 다회권 결제 등) 삼십대를 흘.. 더보기
앵두나무 - 체리블러썸 올해 벚꽃은 많이 못 보았지만, 강화에서 가져온 앵두나무 한줄기가 마음을 달래준다. 초록 식물들의 경쾌함을 사랑하지만 분홍 엷은 꽃잎의 여린 보드라움을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 더보기
2020 생활정리 독서생활 1. 사랑이달리다 2. 읽고 쓴다는 것 ,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3. 시민의 교양 ​4. 하루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5. 헝거게임1편 6. 상식밖의경제학 7.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8.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9.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 기술 10. 김상욱의 과학공부 11. 팩트풀니스 12. 자기앞의생 13.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14. 죽은자의집청소 15.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16. 지지않는다는 말 17. 시녀이야기 그래픽노블 ​18. 위저드베이커리 19. 언젠가 아마도 20. 쓸만한 인간 21. 필사의 기초 22. 아무튼 발레 23. 책, 이게뭐라고 24. 표백 25. 지쳤거나 좋아하는게 없거나 26. 모든 순간의 물리학 27.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 더보기
봄이 좋다 봄이 좋다. 좋아하는 날씨를 물어도 잘 모르겠던 예전과 달리 고민않고 말할 수 있다. 조금 긴장되면서도 활기찬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가 좋다. 늘어지는 더운 공기보다 산뜻한 온도가 좋다. 초록초록 생겨나는 색깔이 좋다. 새롭게 시작하는 풋풋함이 사랑스럽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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