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 Pic/일상 썸네일형 리스트형 봄 사무실에 봄이 왔다. 결국 무슨 꽃인지 밝혀지지 않은, 봄맞이 분홍 꽃 건물 뒤 응달 화단에 잔뜩 심어져있던 그 꽃을 한 두가지 꺾어올 땐 꽃에게 좀 미안했지만 초록색 예쁜 병에 꽂아 사무실 테이블에 올려 놓았던 그 이틀새에 활짝 만개하여 지나가던 모든이들에게 봄을 알려주며 얻었던 사랑과 관심은 사실 그 가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꽃이 주는 즐거움.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향기보다도, 흐뭇한 미소를 만들어주는 그 여리하고 작은 생명력. 며칠전엔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클로버 밭(?)을 발견했는데 그 중에 몇 개의 네잎클로버를 데리고 왔다. 클로버밭에서 네잎클로버 찾기가 은근히 쉽다는 사실. 책갈피에 끼기엔 너무 진부해서 머그잔에 물담아 둥둥 띄워놨는데 분홍꽃 못지 않게 만 하루간 .. 더보기 조깅 연남동에 산지 올해로 22년째. 집에서 5분거리에 있는 모래내 홍제천변에 처음으로 가봤다. 액정이 나가 틀어본지 오랜 MP3를 충전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후드티를 걸치고 주머니엔 핸드폰만,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한 이십분 아무생각 하지 않고 하천을 따라 경쾌하게 뛰고 있으니 왠지 무언가 훌훌 털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짓누르는 상념 같은 것. 별로 많지도 않고 있다해도 구애받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기분탓인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던건? 조그만 변화이지만 다음엔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요즘들어 한걸음 떼어 뭔가에 착수하는게 참으로 어려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던 차에. 더보기 카페 마실. masil 상암동으로 출근했다가 갑작스레 안산에 있는 농구장까지 동원된 날, 멀리 나들이 간 김에 산본에 있는 민아를 만났다. 산본까지 납셨다며 홈플레이스에서 턱을 약속한 민아씨, 본인이 일하는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대접하겠다며 잔뜩 들뜬 마음으로 이곳까지 날 안내했다. 카페 masil - 산본역에서 오분정도 거리에, 건물 이층에 자리잡은 아담한 카페 사장님은 아마 오랜 여행 매니아이신듯 본인이 다녀오신 여행지로 꾸민 책과 사진이 여기저기 그득했다. 가게 안은 조금 어두운 감이 있지만, 왠지 곧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열릴 것만 같은 설레는 기운이 감도는 그런 곳이다. 무엇을 드시겠냐는 물음에, 뭐, "사장님이 주시고 싶은 걸루 주세요." 라고 했다가 정작 어떤 놈을 마셨는지 커피명을 기억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신맛이.. 더보기 천안함주 천안함주라고 들어보셨나 반쯤 채운 맥주잔 안에 소주잔을 띄우고 소주를 찰랑찰랑 따른 뒤에 젓가락을 양쪽 손에 쥐고 맥주잔 중간을 가볍게 치면 안에 든 소주잔이 거품을 내며 맥주잔 안으로 가라앉는 폭탄주 복분자주로 소주잔을 채우면 그 핏빛 색깔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천안함주 한 나라를 들썩이는 비극적 사건이 이렇게 희화화되어 술판위에 벌어지고 있다니 그리고 나는 그 술판에 둘러앉은 한 사람으로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박수를 치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다. 이거 나만 이상한 거니, 사람들이 무감각한거니 나는 도대체 모르겠다. 더보기 쥰배님 birthday party 설을 일주일 앞둔 주말저녁 지난 추석을 함께했던 준배님의 생일 파티 샷을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는 2010년 9월 22일, 추석 당일 두둥. 추석 당일날에도 회사에 출근하신 그분을 특별히 위하는 뜻에서 준비한 투썸 케익 30임을 깜빡하고 29개를 준비한 생일 초에 불을 붙이다가 긴 초 하나가 불이 붙어 중간이 꺾이는 바람에 졸지에 (큰초1+ 작은초 10) 스무살 생일이 되어버렸다. 근데 진심으로, 좋아하더라 생일 축하 별게 있나.. 주인공이 좋아하는 거 해주면 그만인거다. 허허 생일날까지 출근하신 준배님은 회사에 대한 분노를 '법인카드 결제'로 표출해주셨는데 신촌을 수없이 들낙거리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스시엔'에서 은색 특접시를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셨더랬다. (십.. 더보기 쓰는 게 아니라 쌓는다 에너지를 허튼 데 쏟지 않는다. 예를들면 CS회의, 실적회의, 남 흉보는 시간, 말초적인 고객 응대, 업체와의 기싸움 등등 모름지기 직장인이라면, 6+ 3+ 3+ 4(+1or2) = 다년 간의 공력으로 이제는 그만 '배운 것 좀 발휘'해야 할 때이지만 대개 그 발휘는 16여년간의 학습내용과는 판이한 일주일정도짜리 업무능력에 16여년간 갈고닦은 인간성을 '소모'하는 모양새가 될 때가 많다. 충전은 그저 체력충전. 근데, 여기서 난 배운다. 아침 8-9시도 통채로. 매일.시간중에도. 응대전화를 통해서도. 저녁 연수 시간에도. 하루하루 쓰는 게 아니라 쌓는다. 아 이건 정말 엄청난 플러스이다. 지난주 내내 10시 넘어 퇴근했지만 이렇게 쌓아가는 기분. 공부하고 커가는 느낌. 도전하는 느낌. 아주 만족스럽다. 더보기 고양이 버스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고마웠어요 언니 집에 갖고와 무심코 꺼내 놓았는데 우리오빠가 보더니, 침 흘리며 탐내더라 대나무 숲 사이의 바람같이 멋진 녀석이라며? 고백하는데 난 토토로를 보지 않아서 그날 리액션이 클수가 없었어 알고도 그냥 받아 집어 넣은 게 아니야, 그 가치를 몰랐던 거야요. 당장 볼께 토토로! 더보기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말을 했다. 글이라는 게 그것을 쓰는 인간하고 너무 밀착돼 있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 는 질문은 마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나요?‘ 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어려운 질문이 돼버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글이 물론 인생 그 자체는 아니죠. 저는 글이 가진 매력은 세계와 인간 사이에 흥미로운 매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쓰면 그 순간 글이 실제의 세계를 대신하잖아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쓰면 그가 실제로 본 세계는 사라지고 동방견문록의 세계만 남지 않겠습니까. 더보기 이전 1 ··· 20 21 22 23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