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질적인 악순환 중에 이런 게 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이 지구에 죄책감이 들어 버리지 못하겠다 -> 쓰레기 봉투에 넣지 못해 우리집에 버려져있다 -> 집에 버려진 것이 있어 새로 사지를 못한다. -> (안그래도 없던) 구매 안목이 점점 낮아진다.
요새 중고거래를 하고 있다. 주 플랫폼은 당근과 알라딘. 내 생에 중고 거래는 놀랍지만 처음이다. 처음엔 테스트로 집안에 굴러다니던 탭볼을 하나 팔아봤다. 의외로 하루만에 남자청소년 하나가 수줍게 구매해갔다.(손에 구겨쥔 오천원짜리가 자꾸 생각남) 그 이후로는 집에 이리저리 남은 임산부 용품을 정리해서 팔았다. 처음이라 혹시 몰라 사뒀던 것, 중복으로 선물받은 것, 세트로 구매하여 남은 것 등등. 사용할 일이 없는데 멀쩡하게 새것들이라 너무 아까웠던 터에 하나씩 필요한 사람에게 갈때마다 가격과는 상관 없이 뿌듯함이 심하게 차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책. 책장 정리를 하며 더는 안볼 것 같은 추리소설과 몇몇 전집을 정리했다. 단권으로 갖고 있던 책들도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건 정리하기로 하고 빼 놓았다. 알라딘에 책 팔기는 몇번 해보았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알라딘에서 '회원으로 팔기'로 등록해봤는데, 진짜로 구매가 일어났다!! 알라딘이 사주는 것과는 완전 다른 기분. (판매자가 된 기분이겠지) 책을 새것처럼 닦고 세상 정성껏 포장을 해서 (집에 굴러다니는 향수시트지까지 하나 끼워서) 택배사 신청을 했다. 반품 처리하듯 집 앞에까지 와서 가져가시니 알라딘에 들고가서 파는 것보다 더 간편!
한달여 사이에 알라딘 회원에게 팔기로 10만원 가까이 벌었고, 당근도 7-8건이나 팔아치웠다(악)
며칠전엔 하루에 3건이나 성사시킨 적도 있었다. 직거래로, 반값택배로, 택배사 접수로 종류도 다양하게. 직거래를 제외하면 운송에 따른 환경파괴가 신경쓰이긴 하지만 (4천원짜리 팔자고 포장재 쓰고 3천원짜리 택배사 접수를 시켜 아저씨들이 왔다갔다하고 차량 운행하고 또 그 집에 배달하는 등등) 쓰레기 봉지에 투척하거나 우리집에서 먼지쌓이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그리고 택배 아저씨는 요새 같은 시대엔 거의 뭐 하루에 세번씩 아파트에 정기 출입하는 수준이니..
한개를 팔면 탄력 받아 집에 있는 물건을 서너개씩 더 등록하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당근과 알라딘 하러 다닐 예정. 책을 소장하는 것도 좋지만 둬두고 꺼내보지 않을 책이라면, 공간에도 책에도 아쉬운 일이니 내용은 머릿속에, 그리고 블로그에 정리해두고 놓아주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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