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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결혼 7주년 우리 세가족

매년 결혼 기념일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왔더라. 올해는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집이 아닌 곳에서 1박2일을 시도했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네스트 호텔.

호텔은 영종도 깊숙하고 한적한 곳에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것이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저수지 앞 들판에 바로 호텔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정돈이 안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였다.

보문호를 갔을 때처럼 호수 앞 숙소의 고요함이 좋았다. 깨룩거리는 새들과 뚝방길을 지나는 차소리 가끔 낮게 나는 비행기 소리만이 정적을 깨트렸다.

아기는 새로운 공간에 어리둥절하였다가 익숙한 장난감들에 용기를 얻어 소파를 구르며 적응을 시도하였다.

저녁을 구할 겸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엄청나게 붉고 큰 지는 해를 보았는데 가히 인생 최고 수준의 사이즈였던 것 같다.

어두운 길을 무사히 달려와 들어갈 밝은 방 숙소가 있다는 것은 안도감을 준다.

남편이 나 몰래 케익을 준비하였다. 나는 따로 카드를 준비했다. 물질이 대단한 무엇은 아니지만 미리 준비하는 것은 마음씀이 느껴져 좋다.

케익을 준비하고 샴페인을 따서 축하하며 사진찍는 그 순간이 하이라이트였다. 곁들인 스시도 맛있었고 애증의 프레쩰도 고소하였다. 십여분 만에 바로 텐션 업. 비싸지도 독하지도 않은 술이지만 점점 샴페인의 매력에 빠져든다.

물놀이를 기대하고 있었다. 한번의 예행연습밖에 하지 못하여 조금 염려가 되었지만 아기는 잘 해주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세모난 욕조에 세 가족의 살갗이 부드러운 물과 함께 뒤섞이는 느낌은 특별히 친밀하였다.

아기를 재우고 이야기가 길어진다. 결혼기념일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그것도 역사가 되어간다.

최근 운동 이야기. 아펠을 다니고 얻은 것. 나이드는 몸과 생각의 변화. 아기를 얻고 나니 바뀌게 된 아기들에 대한 시선. 후원.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우리 아기의 예민한 포인트와 성향. 내 일에 대한 고민과 불필요한 직업. 서로에 대한 고마움. 우리 둘이 나름 해내고 있는 육아에 대한 자평. 용기와 격려.

이야기가 사그라들 무렵 한시반쯤 되었나. 방 구석 아기침대에서 자던 아기가 깨어 울었고 달래지지 않는 아기를 안아 침대 가운데 눕히고 우린 그 양쪽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이런 단란한 가족의 전형적인 정렬이라니. 웃음이 났다. 그렇게 우리 둘은 아기를 향해 마주보고 아기는 천장을 보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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