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매트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남편이 보더니 양팔이 너무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요샌 오만군데가 다 찌뿌둥하니 이게 다 퉁쳐서 출산통인줄로 알고 마냥 나아지겠지 했는데 그러고보니 조리원에서 요가할때부터 오른팔만 유독 이상하긴 했었다. 최근 들어 더 심해진 건 나날이 커가는 아기를 안는 자세와 몇달간 지속된 모유수유 자세 때문이기도 할 듯. 그래서 처음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통증의 느낌은 특정한 자세를 취할 때 찌릿하고 묵직한 통증이 한 삼사초 나타났다 사라지는 식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 생활 증상이 있었는데 바닥에 누워 양팔을 귀 옆으로 똑바로 올리면 오른팔은 바닥에 안 닿는다거나, 오른쪽으로 누워자면 묵직한 통증이 있고, 팔을 앞으로 뻗어 창문 여닫는 동작. 팔을 대각선 뒤로 뻗거나 접어 물건을 집는 동작, 외투 입을 때 불편한 증상들이 있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망원역 근처의 전통적 정형외과. 풍채 좋은 남자 원장님이 엑스레이와 초음파 결과를 보시고 내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시더니 출산 이후의 흔한 이두근 어깨통증으로 진단, 체외충격파로 치료해보자 하셨다. (모유수유중으로 주사치료는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처음 체험한 체외충격파. 다정한 목소리의 훈남치료사가 집도한 삼분남짓의 체외충격파는 그야마로 충격이었다. 딱따구리가 내 팔을 쪼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되나.. 원래 통증으로 아픈건지, 이눔의 치료 때문에 아픈건지 알수가 없다. 본래 근육과 인대는 손상되면 회복을 위해 많은 혈류를 쏟아 재생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치료할 때 아픈게 정상(손상을 주는 과정과 같기 때문에)이라지만, 21세기의 예상치 못한 원시적 치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세번 정도 방문하고는 다른 일 때문에 못 가고 한달 정도 지났는데 뭉근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찌릿한 통증은 여전히 남았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이대로 두면 계속해서 고질병이 될까 두려워서 두번째로 병원에 방문했다. 이번엔 정형외과는 아니고 신경외과로 갔다. 한번 더 초음파와 엑스레이를 찍었다. 특이하고 친절하게도 초음파를 봐주시는 분이 내 곁에 앉아 마치 산부인과처럼 환자와 영상을 함께 보면서 흑백 화면의 내용을 설명해주었는데, 어깨 앞면 (이두근)의 관절 부위와 뒷면 (삼두근)의 관절 부위에 염증을 발견했다. 윗부분, 어깨 석회소견이나 뼈 자람은 없어 괜찮고, 다행히 찢어지진 않았으니 염증만 잘 잡으면 될 것이라 했다. 염증엔 주사치료가 드라마틱하긴 하다지만 지난번과 동일하게 수유 때문에 어려우니 체외충격파(또?)를 하자고 했다. 최소 다섯번 이상, 일주일에 두번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고.
그리고 혹시 몰라 어깨와 목까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목 사진에서 일자목+ 거북목 진단을 받았고, 목 도수치료도 처방받았다. 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에서 경추뼈가 일자로 구부러지지 않고 조금씩 틀어진다고 했는데,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일정 각도 이상으로 뒤로 젖히는 동작은 지양하라고 했다.(읭 어떻게 나아지게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앞으로 영영 쓰지 말라는 말씀이신가요..)
이 상세한 설명을 다 듣고 마지막에 궁금하신 거 없냐고 해서, 새해부터 테니스를 좀 배워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쭤봤다.
"환자분, 테니스 처음 치시면 멀쩡한 어깨도 물 차서 와요. 안타깝지만 당분간은 안될 것 같네요."
이동네 체외충격파는 예전 병원과 좀 달랐다. 아플까봐 잔뜩 웅크린 것이 민망하게도 소리도 아주 작고 전기자극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이 병원 충격파는 국소형이고, 그 전에 내가 겪은 것은 방사형인 것 같다. 전자는 국소부위에, 후자는 넓은 부위의 치료에 쓰인다고 한다. 다행히 예전만큼의 공포는 아니었지만 이것도 단계를 올리니 아팠다. 집에 와서 당일날은 좀 아픈듯 시원한듯 했고 하루 이틀 지나니 확실히 좀 가벼워졌다.
라켓은 사두었는데 시작은 언제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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