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집정리를 하다가 고등학교때 친했던(지금은 연락하지 않는)친구의 엽서를 발견했다. 몇 안되는 다른 고딩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늘 보고싶다 말했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엽서에 방학때 편지하라고 써놓은 주소가 우리 상수 신혼집에서 3분거리인 거다.
갑작스런 용기는 어디서 났는지, 상수 동네주민이란 결속력이 그정도인지, 갑자기 전화를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엽서에 집 전화번호가 써있기도 했고.. 전화하기 전에 혹시 몰라 핸드폰 연락처에 이름을 쳐봤더니 그애의 011번호가 나왔다. 그래서 5초정도 고민하다가 통화를 눌렀다.
15년만에 만난 친구는 무척 반갑고 그대로였다. 인생 한번 사는데 뭐 그렇게 체면을 차린다고 연락한번 해보고 싶은걸 참고 살았나 싶었다. 전화할 땐 준비가 안되어 어버버 어버버 하던거를 얼굴보고 나니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갑작스레 연락해서 민망한 나에게 ' 괜찮아 돈빌려달라는 것도 아닌데 뭐' 라고 농담하던 친구는, 어색한 농담보다 훨씬 반가운 미소로 날 맞이했다. 우리는 술자리를 기약했고, 한달뒤 약속의 상수동에서 만나 한층 더 친근해졌다. 15년 세월을 한줄 요약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아직 지난 세월을 한번에 따라잡진 못할지라도 서로 술친구 삼아 앞으로는 더 만날 기회로 삼았다. 그래, 그래도 친했던 친구들이라 그런가보지, 성향은 비슷했던게.
은행에선 생판 모르는 사람도 고객이라고 친한척하며 많이 만나는데 ,오랫동안 보고싶던 친구한테 전화한번 더 하고 얼굴 한번 더보고 그렇게 살고 싶은게 뭐가 어려운가 싶었다.
낯을 많이 가리지 않는 나의 성격이 이럴때에나마 도움이 되런가. 15년만에 생뚱맞게 연락하는 건 그만큼 이상한 일이었지만 난 사실 너무 좋았다.
가뜩이나 인간관계도 좁아지는 때에
내 풍요로운 남은 날을 위해서
어렸을적 친했던, 친구들을 되찾아 연락하고 술친구로 남긴 일, 2016년 돌아볼때도 손에 꼽을만한 잘한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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