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가 잦은 아이폰 네이버 메모를 답답해하며 치면서 막상 피씨나 노트북은 켜질 않고, 삼일 긴 휴일동안 한두시간이라도 나면 어딜 나갈까 누굴만날까 고민하면서, 막상 아침 오전시간은 자느라 날려버렸다. 휴일엔 하려고 했던 사진작업이나 블로그나 가계부나 메모정리나 집안돌보기나 그냥 작은 서랍장을 하나 치우는 것 하나 하지 못했다. 무엇이 정녕 알찬 것인지 아직도 헷갈리면서 스케줄은 잘도쌓는데 막상 생각할 틈도없이 그 시간을 여러사람 만나 찰떡같이 보내고 난 저녁엔, 차분히 정리하는 숙제를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내몫이다. 여러 스케줄 소화하느라 얻은 피곤함은 죄책감마저 차분히 갖지 못하고 정신없이 잠들게 한다.
한달째 몇장씩 못 넘기는 소설책은 가방에만 넣고 다녀 무겁게 닳았고, 공사세팅당번이라 타의적으로 남아있던 자정 12시까지의 온전한 시간에라야 책을 비로소 반넘어 읽었다.
용량에 넘쳐나는 사진과 메모를 정리도 못하면서 새로운 사진을 찍어대고 새 사람을 만나는 나의 일상은 마치 여행중에 체력충전과 러프한 기록만 반복하는 그런 패턴같이 지칠줄 모르고 흘러간다.
시간은 온전한듯 온전하지 않게, 긴듯 짧게 지나간다. 주관적인 시간의 관념에 내가 주인이 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이룰수가 없다. 뭔가에 쫒기듯 하지 않고 하나씩 주체적으로 이루는 것은 영원한 나의 숙제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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