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Pic/취미생활

테니스 일기 9 - 테이핑

나는 오른손 둘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테니스를 친다. 누가보면 엄청 잘 치는 줄 오해할 지 모르니 해명하자면 잦은 연습으로 물집이 생긴 게 아니라 최근 육아로 인해 생긴 주부습진 때문이다. 습진이 있는 손가락과 라켓 손잡이에 감은 그립(고무재질)이 자꾸 마찰이 생겨 운동하고 올 때마다 손가락 상태가 더욱 나빠졌던 것이다.

처음엔 의료용 일회용 (대일)밴드를 감고 쳐봤다. 그런데 습진 부위가 지문 부분이다보니 아무리 촘촘히 감아도 좁아지는 윗부분 때문에 위로 쏙 빠져버린다. 게다가 땀이 좀 나면 접착력이 약해져 속수무책이다.

다음엔 면테이프를 사봤다. 뮬러 M 면테이프. 폭이 5cm 정도로 비교적 넓은 편이라 반으로 갈라 찢어서 사용했다. 반으로 갈라 검지에 한개, 약지에 한개씩 감았다. 가위로 자르기엔 불편해서 찢어 쓰다보니 절단면이 깔끔하지 않아서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게 좀 불편하다. 특히 라켓 그립도 고무재질인지라 두개가 붙어버리면 운동 중 수시로 그립을 체인지해줄 때 쩍쩍 소리가 나며 불편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약하게 감으면 풀리고, 세게 감으면 손가락이 붕대 감은 듯 고정되어버려 라켓을 섬세하게 컨트롤하는데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엔 손에 땀이 많이 나서 여러번 겹쳐감은 면테이프도 손가락에서 빙빙 돌다가 결국 풀려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장갑을 샀다. 남편이 윌슨에서 주문해 주었는데 가죽과 면의 혼합재질로 골프장갑처럼 생겼다. 왼손은 멀쩡해서 오른쪽 장갑 한짝만 넣고 다니며 시작할 때나 그날 감은 테이프가 풀리면 장갑을 찾아 꼈다.

문제는.. 팔토시에 아대에 장갑까지 끼면 정말이지 투머치펄슨이 된다. 그것까진 그래도 봐준다 쳐도 장갑을 끼고 라켓을 잡으면 미세하게 두꺼워지고 겹이 생긴 촉감에 라켓이 손아귀에서 자꾸 빠진다. 안그래도 컨트롤력 부족한데 갈수록 태산.


노파심에 말해두지만 난 장비병이 없다. 이건 정말 필수적 문제다. 선선해진 요즘은 장갑은 벗고 다시 테이핑으로 돌아왔다. 반으로 찢지 않고 그냥 5cm를 손가락에 둘둘 감는데, 손가락을 약간 구부린 채 감는 것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구부린 채 단단히 고정해 감고 라켓 몇번 휘두르면 피가 안통하는 느낌은 … 그냥 무시하도록 하자.


내 손은 차마 못 올리고 나달의 테이핑[구글 이미지 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