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직원을 냈다. 급여와 복직일을 따지고 연차일수를 조정하는 계산을 하면서 이제 정말 휴직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을 느꼈다.
서류를 제출하러 부서에 올라간 김에 인사를 드리면서 옛적에 같이 있던 친한 동료들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다. 십년전쯤 나의 외환업무의 본격적인 시작을 함께 했던 또 도와주셨던 분들이다. 그리고 돌아와 현 팀 사람들과 비슷한 소회를 나누었다.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무엇인가 바뀌어가는 기분을 나만 남몰래 느끼고 있다. 헤어질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자발적으로, 그것도 예정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처음이라 내가 빠지고 나면 이후에 있을 모습을 자꾸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들어가기까지 6주의 시간이 남았는데 길다면 길겠지만 또 지내다보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란 걸 알고있다.
은행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고 늘 말하고 다녔지만 14년째 이어온 직장생활에서 이미 나의 많은 정체성이 은행원과 외환 분야에 터를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것은 대학시절보다 긴 기간이고, 중고등학교 시절만큼 밀도 있는 시간의 집합이다. 흔히들 주변에 편하게 어울리는 사람들로서 비슷한 가정환경과 유년시절 배경 형성을 이야기 하지만, 직장이란 것이 그에 못지 않게 현재진행형 배경 설정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매일 아침 일상적으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요며칠 새삼스럽게도 즐거웠다. 나와 현재 사무실에 같이 있는 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동료이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인지 날마다 새로이 느끼고 있다. 성인 어른과의 이야기가 고파진다는 육아 유경험자 친구들의 말이 곧 실감날 것이며, 집에서만 머무르며 몇 명 안되는 좁은 인간관계와 똑같은 사람들과의 소통의 한계를 얼마나 느낄 것인지도 벌써 고민이 된다.
무엇보다 다시는 이만큼 만나기 어려울 착하고 현명하고 스마트한 언니들과의 대화가 매우 그리울 것이다. 나 역시 그리워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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