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악몽을 꿨다.
단축근무가 끝나 정상 출근을 앞두고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기상에 유독 취약한 내가 만 13년간 연속근무하면서 평균 출근 시간이 가장 늦었던 최근이었다. 신논현 사무실에는 8:55에 출근했고 그나마 일주일에 두번씩 꼬박꼬박 9시반 출근 유연을 썼다. 단축근무 시작 후에는 매일 9:55에 출근했다.
본점으로 들어오고 나서 주변 동료들의 출퇴근 시간은 너무 길어졌다. 아침 7시에 나와 밤 9시에 퇴근하는 식이었다. 이곳으로 이사온 뒤 나의 남은 단축근무는 2주반.
단축근무 기간동안 아침의 여유는 너무나 컸다. 물한잔 못 먹고 나가던 때와 달리 바나나주스를 갈아 마시고, 시리얼을 먹고, 사과를 깎아먹었다. 뭔가 안먹으면 불편한 속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냥 움직임 자체가 달랐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양치를 하며 옷가지를 고르고 체중을 재고 샤워를 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화장을 했다. 마을버스가 자주 오지 않으니 되도록 여유있게 나가곤 했다.
정상출근을 이틀 앞둔 저녁, 퇴근길에 신랑을 만나 함께 귀가를 하며 악몽을 꿨다고 투덜댔더니 잠시 생각하던 그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교대근무 중 AM9-PM6시 근무가 있어 둘다 낮출근을 하게되는 날에, 시간상 내가 더 일찍 나가게 될테니 본인 출근 전 차로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아 ! 생각지도 못했다. 같은 출근날에 자발적으로 더 일찍 일어나 차까지 왕복해가며 움직이는 것이 엄청나게 번거로울텐데 나의 작은 투정에 이만큼 희생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며 위로를 해줄 줄은 정말 몰랐다.
이미 4년째 이틀에 한번씩 아침에 차로 나를 직장까지 출근시켜 주고 있는 그다. 이렇게 하루를 더 지하철에 차로 라이드 해준다면 4일 중 3일을 데려다주는 격이 된다.
이 친구의 배려심은 가끔 정말이지 놀랍다. 그의 이 말 한마디로 난 큰 따스함과 든든함을 느꼈다. 기껏 두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 고작 두달인데 투덜대던게 부끄럽고 미안하고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
차마 괜찮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ㅎㅎㅎ (반전)
감동은 감동이고 편의는 편의다
이 작고 부족한 나란 인간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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