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넋두리를 말없이 들어주는 그녀를 보자니 , 역시 이 친구는 오래전부터 그릇이 크다는 기분이 든다. 집에 오면서 더할나위없이 즐거웠다는 그 친구의 소회처럼 나역시 그러했지만, 사실 나의 무기력한 회사일들을 늘어놓다가 그 친구가 문득 던진 송곳같은 질문에 넉다운 되었었다.
"그런데 말야. 그렇게 별로인데도 그만둘 생각을 해본적은 없어? "
"그래도 .. 은행이 특성상 인적구성이 2-3년마다 바뀌어서 좀만 버티면 또 지나가 "
뒤돌아보니 어찌나 변명 같던지. 그냥 자위하는 수준이다.
그녀가 최근 만난 하루라는 친구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이었다. 그 친구의 북토크에 찾아가 반하게 된 매력, 같이 여행하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 헤멘다는 일상. 처음 만나는 이들도 매력에 금세 빠지는 걸 보며 자극받는 이야기가 마치 소녀처럼 희망적이었다. 도대체 하루만 일하면서 어떻게 사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이지만.
그렇게 되니 더욱 더, 그녀에게 나는 친구로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런 직장인의 지루한 소식? 아니 영향이란걸 주긴 하나? 그녀는 날 만날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자격지심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녀는 내 주변에 유일하게, 센 어조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내용만은 아주 굳건함이 느껴지는 . 곧은 심지로 밀어붙이는 친구다. 외유내강의 전형이라고 할까. 그녀와 이야기하면 무엇이 본질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 자신에게 엄격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며 나 역시 그리하자 다짐하게 된다.
최근에 새로운 맘을 위해 일부러 찾아 만난 친구들, 최근 2년간 진흙탕 속에서 질척거리던 내게 필요한 건, 지저분한 것들에 분개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을 찾아가는게 아닌가 싶다. 올해는 나의 길을 가겠다라고 다짐하였으니. 말로만 말고 행동으로 이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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