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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기

추석이 끝나고



추석이 끝난 월요일. 출근 지하철에 꽉 끼여가면서 전광판에 나오는 광고를 보았다. 판촉물 홍보 같은 걸 하는 것 같은데,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저 상품의 경쟁력 같은게 아닌, 그저 가련한 마음이다. 거의 두달여간 지겹게 팔이하던 추석도 끝났으니 대목도 사라졌는데, 각 회사에서 오늘부터는 또 어떤 명분으로 사람들을 갈굴까. 새로이 시작되는 날에 기강을 다잡는답시고 아침부터 어떤 식으로 모양새를 만들 것인가.

유통업계면 다음 타겟은 아마 할로윈과 블랙프라이데이가 될것이다. 여긴 다행히 그러한 상술의 대목 같은건 없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것의 화이팅은 분명히 있을테지. 적어도 오늘은 안심전환대출 접수시작일이라는 무시무시한 상차림이 있다. 이런 날을 앞두고는 연휴도 휴일이 아니다.

어제 ‘휴식의기술’이라는 EBS 다큐를 보았다. 거기 나온 사람이 인터뷰하길 인생은 마라톤인데, 회사에 다니며 일하는 삶은 마치 42.195미터를 100미터로 420번 뛰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페이스조절없이 무한히 반복되는 질주. 그래서 중간에 번아웃이 오는 거라고.

또한 매년 혹은 매반기마다 시작점이 0으로 리셋되는 것에 대한 문제. 부진한 사람이야 리셋이 좋지만, 잘하고 있는자의 목표를 다시 0으로 세팅하는 것은 그만큼 허무감과 박탈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회사의 운영과 HR이란 여러 군집의 동기를 골고루 아우르는 섬세함이필요한 것이다.

지나가다 틀어놓은 추석특선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도 보았다. 잘 가고 있는지 생각할 여유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 문제. 솔직히 지점에서는 늘 그랬다. 내 오늘 손님중에 카드를 하느냐 마느냐. 오늘 연장이 잘 되느냐 마느냐를 신경쓰고 그게 성공하면 그냥 하루를 잘 보냈다라는 기분에 취하고 마는 것.

내게도 번아웃이 왔었나 생각해봤다. 심각하던 3년전 당시, 리더의 뛰어난 비전과 동료들과의 팀웍으로 이겨냈었지만 다시 또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것 같기도.

그리고 막상 이렇게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면, 나는 큰 그릇인가, 오래도록 영업을 할수 있나, 판을 세팅할 안목과 전투력이 있는가 따위를 따지며, 누군가에 비해 가진 무기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내 가능성을 한팔에 담으려 한다.

오히려 나에게 친절한가.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있는가. 라는 부분의 부족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에겐 그저 조금 짧아도 깊은 명상이 필요하다. 마음의 겉소리는 잘 들어주고 있으니 마음의 속소리도 좀 들어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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