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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기

행복


결혼 이후로 집에 사람들을 여럿 초대하여 먹고 마신적이 꽤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방에 먼저 들어와 쉬는 적이 많았다. 합정근처에서 놀다가도 일차만 하고 난 먼저 들어와 쉬거나 잠이 들었다. 둘이함께 있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억지로 누군가가 기다리거나 억지로 끝내기보다, 서로의컨디션에 맞추어 원할때까지 편히 노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일차가 끝나면 날 집에 데려다주었고, 나는 다시 그들끼리 편하게 놀게 두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체력이 점점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자꾸 끝을 잊어버리는 술자리의 기억 역시 하나의 증거이다. 내 해마들은 벌써 많이 없어졌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편의를 추구하는 나의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서운하게 느껴질수도 있을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십여년전쯤에, 아니 20대초반부터 그랬다. 나의 남자친구들은 내가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무엇이든 함께 하자고 하질 않고, 마치 친구관계처럼 각자의 갈길을 가는 것을 어색해했다. 연인에 대한 나의 개념 자체가 급진적인 편인 건 나도 잘 알고있다. 남과 여도 남과 여지만 나에게는 글쎄 뭐랄까, 세상의 모든 사람은 성별 이전에 그냥 하나의 주어진 몸뚱아리와 의식체이고, 각자 자기의 몸을 알아서 잘 건사하고 지키며, 마지막날까지 스스로 최대한 행복을 느끼는대로 살면 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내가 행복해 하는게 어떤건지 자기가 잘 알고, 내일은 좀더 낫고 좀더 행복한 내가 되는걸로. 나의 행복이 남의 행복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사는걸 어느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나의 행복을 잘 누리고, 남의 행복도 존중해주어야 하는 그런 관점에서는 가족과 친구의 의견도 중요하긴 하지만 종국에는 모두가 다 주변인물이고 결국은 내가 나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 제일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만났든 어떤 직업과 어떤 학교 어떤 과거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나와 당신의 행복에 관심이 있고 그걸 귀하게 재미있게 여기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 인연은 소중히 여기고,놓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배우자는 그런 과정에 가장 가까이 있는, 최소 마음을 나눔에 있어 의사소통의 벽이 없는 사람이 되야 한다. 그게 자존감의 기초기반이 될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다음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예컨대 이런 사람들이 될 것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여기고 그걸 사랑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 네가 아름답고, 너의 생각도 나와 같이 하기에 아름답다면, 세상 지나가다 만난 어느 누구라도 나이와 성별과 출신과 모든 걸 떠나서도, 하다못해 기차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도 어느친구만큼이나 영혼의 단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난 세상에 주어진 인연의 운명 같은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못하리란 법은 없으며, 모든 인간은 다 인간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 행복을 위해서라면 세상 누구와도 소중히 만날수 있으며, 반대로 행복하지 않다면 어떤 관계든 끊어버릴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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