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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광화랑



회사 끝나고 지친채로 시내 약속이 있어 광화문 역을 지나가는데 광화문 역사 한가운데 그림이 걸려있는걸 보았다. 인체 드로잉이었는데 마치 홀린듯 내 시선을 앗아갔다. 사람 몸을 그린 건 언제나 좋아했지만 오늘의 이 그림들은 유독 울림이 있었다. 거친 목탄의 선도 좋았고 암울한 흑백 배경도 좋았다. 몸은 언제나 솔직하고 아름다우며 숙연하다.
십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사십평 남짓한 그 공간에서 오늘 어느 순간보다 행복했다. 헐뜯느라 전쟁통인 일터에서 지쳐 떨어진 마음을 여기서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이미 역사밖으로 걸어나왔는데 문득 내가 여기서 받은 마음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나버리면 내가 느낀 감정도 날아가버릴것 같아서. 약속시간이 늦었지만 다시 역으로 돌아가 최소한의 마음으로 작가의 도록을 구입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보니 미소지으며 내게 도록을 건넨 그분이 아마 작가님인듯 했다. 몇장 안되는데도 그 그림들이 열어볼수록 한층 오늘의 내 기분을 드라마틱하게 불러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번 확신했다. 향유한다는 것은 가장 가까이 두고 즐기고 위로받는 것임을.


조은영 전. -광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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