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많이 감동을 받았다. 갑작스런 중국 MBA제안에 나조차도 망설이는 그런 일을, 내주변에 많은 이들이 그렇게 고민없이 응원해줘서. 특히 떨어져살아야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리고 , 일에 집중이 안되고 기분이 이상할지라도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던 , 지금 결혼후 바뀐 이 상황 때문에 결정을 주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던 영훈이는 더욱.
나는 원래도 경영대학원을 원치 않았었다. 저번 서강대 IMBA제안이 왔을 때도 거절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대학원을 갈 에너지와 시간이 있다면 그건 경영이 아닌 , 아예 다른 분야에서의 공부를 하고 싶었다. 예술이나 건축, 글쓰기 같은 것.
정민이와 통화하며 중국에서 살던 시간이 떠올랐는데 그 기억이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외국인들끼리 한반이 되어 중국어를 엄청나게 향상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있었다. 사실상 공부보다 인맥형성이 목적이라는 MBA에 그 많은 외국인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 평생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난 중국문화와 중국과 비즈니스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다. 그건 중문과에 입학할때부터 지금까지는 어렴풋하게 느껴왔지만 이제는 드디어 용기있게 말할수 있는 사실이 되었다. 내가 관심있는 건 어학이었다. 중국어를 잘하는 건 좋지만 중국통이 되어서 그들과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꿈은 없다. 난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이다.
내가 바라고자 하는건 이 지점 지금 내 상황을 탈출하는 것, 좀 쉬면서 편히 지내고 싶은 것 , 그리고 MBA 공문이 뜬날 으쓱하는 것 , 달라진 위상, 향후 이상한 지점에 발령날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 나의 은행사에 스펙한줄을 얹기 위해서라면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이 그 스펙인가? 그 스펙한줄을 위해서 아이까지 미뤄가며 영훈이와 떨어져 살면서 나는 행복할 것인가. 아니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게 기쁨은 그냥 이 굴레 이 지점을 확실히 떠난다는 것. 그리고 학생이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월급주고 생활비 주며 공부시키는 능력 인정받는 학생. 그러나 앞으로 난 2년동안 행복할까 생각하면, 그건 자신이 없었다. 난 이미 중국에서 살았던 일년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었고 , 결국 내가 예상하는 예의 그 '인정'을 위하여 2년의 시간을 버리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MBA를 다녀오면 난 이 회사에서 누구보다도 중국을 잘 이해하고 선봉장에 서서 역할을 해내야할것이다. 나에게 주는 것이 있으면 회사는 필시 받는 것이 있을테다. 중문과를 나와서 취업준비하다니 어쩌다 은행에 들어와 외환업무를 비롯 8년을 일하면서, 어느새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더 이상 어쩌다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지금 선택이 훗날 옳았다고 생각할수 있는건 나만이 판단내릴 수 있는 거니까.
Journal & Pic/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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