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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할머니 완쾌하세요

집에 돌아와 할머니를 뵈러 이층에 올라갔더니 할머니 방문이 잠겨있다. 잠긴줄 모르고 덜컥덜컥 몇번 했더니 안에서 소리가 났다
"누구냐"


울 할머니는 올해 90살이 넘으셨다.

아직도 온 가족의 음력 양력 생일 뿐 아니라 모든 가족역사를 줄줄 꿰시는 정신이 또렷한 할머니다.

"할머니 아침에 그러고 괜찮으신지 보러왔어요. 문은 왜 잠그셨어요,?"
"어..마음이 약해져서 내가 문을 다 잠그고 잔다 허허 그냥 냅두고 내려가 ~"

온몸이 성한데가 없이 아프지만 하루하루 이어가는 삶. 서서히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를 하루하루 느낀다는 건 갑작스런 죽음을 원치 않게 혹은 선택해서 맞이하는 것보다 더욱 무섭고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할머니처럼 담대한 할머니가.
꿈에서도 도둑을 때려잡는
그렇게 용감한 할머니가.

주변에 하나둘씩 세상을 뜨는 친구들을 보며
마냥 회피하고만 살수 있는 것도 아닐텐데
누구에게나 닥치는 보편적 공포이지만
누구에게나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새벽에 큰 소리가 나서 놀라 잠을 깼는데
할머니가 계단서 미끄러지셨다.
이층에서 물뜨러 내려오시다가 어두운 계단을 헛디뎌 넘어졌고 옆에 아빠 골프가방을 짚는다는게 골프가방이 같이 넘어져 아래 계단까지 굴러떨어지셨단다. 아래 두꺼운 유리문이 같이 절로 열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큰 충격이었나.

놀라서 튀어나온 나를 보는 할머니는 첫마디가 ' 나 죽을 뻔했다 ' 라신다.
주변에 흔히 쓰는 이 말이 이렇게 무섭도록 시렸다. 넘어져있는 할머니를 일으켜 소파로 앉혀드리고 옆에 자초지종을 듣는데 나는 비몽사몽 간이기도 했고 워낙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서 멍때리는 듯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들어가 더 자라시면서
조용히 혼자 말씀하셨다.
'...명은 길어서 ....'


출근하는 내내 이 말이 머리를 떠나지를 않았다.


아침에 나라도 안 있었으면
정말 할머니는 혼자 너무 외롭지 않은가

어두컴컴한 새벽에 혼자 낙상한 할머니를 내가 목격할 것도 이리 무서운데
그 새벽에 혼자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당사자는 어떠한가.

매일매일 죽음과 가까워지는 길고긴 짧으면
짧은 시간

오늘 또한번 가슴 깊이 숙연해졌다.
모든 불안 장애를 끌어안고 있는 내가 하루에도 몇번씩 소스라치게 놀라는 여러 공포감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져갈까. 나는 이것들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떻게 이겨나가야 하나

어떻게 잘 ,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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