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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회사생활

그때 내가 짜증났던 이유

퇴근무렵 로비에 잠시 내려가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 날 급히 찾는다고 했다. 좀전에 어떤 대리가 접수받은 업무 상담이 있어서 내용을 공유하겠다는데, 일단 6시가 다 된 시각에 책임자들을 불러모은 것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A)를 포함한 책임자 셋을 불렀다.
1. 다들 모이니 이번 건 구조의 복잡한 설명을 시작했는데 본인만 파악한 채로 설명은 뭉뜽그려 1분만에 마치, 발을 빼려는듯이 흘려가며 빠르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걸 다 하더니, 됐죠? 라고 말했다.듣고 있던 내가 급하게 "이 내용이 맞나요? 잘 못 들어서요"라고 했더니 그건 나중에 서류를 보시면 됩니다. 라고 하시네

2. 금요일 저녁에 일거리를 주는 상사는 별로라 하더라구요. 하하 글쎄,지금 문의가 왔는데, 언제까지 나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답변 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한번 전화해보시던가요. 지점 직원이 남아있으려나 모르겠네요.

3. 제가 보기엔 이건 이럴 겁니다. 그러니 이건 A과장님이 주로 결정해주시면 되겠네요 서류는 B차장님이 주로 봐주셔야 되겠습니다. 팀장님인 C차장님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휴가니까, 이제 이정도만 듣고 가셔도 되지 않을까요?

내가 할일이라는건 알겠다. 근데 왜 저런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나는 내가 안하겠다고 발뺀적도 없고, 할 용의가 없는것도 아니다. 그냥 나를 조용히 불러서 이러저러한데, 급한것 같긴 해요.과장님의 주업무니 얘기를 한번 해주시는게 어떨까요 라고 하면 되는걸. 왜 다 모아놓고. 이딴식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난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일을 서로 미뤄서 거기에 크게 데였나? 하도 짜증이 나서, 그냥 알겠으니 제가 서류 보고 답변하겠다고. 여기와서 처음으로 아주 어색하고 크게 대답했다.

이 용건으로 막상 상담전화를 받은 대리는 돌아보니 벌써 가버렸고, 이미 6시반인데 pc 연장을 올릴 지점장도 퇴근하고 없다. 나에게 이 이야기를 저런식으로 한 분은 금요일이라며 바로 나가셨고 휴가간다는 팀장님도, 갑자기 A과장이 일이 많아지네 하더니 바로 퇴근했다. 서류를 같이 봐줘야한다는 지령을 받은 B차장님은 자리에 좀 계시는 것 같길래, 기다리고 있었더니 갑자기 나와서 간다고 나한테 인사를 한다.내가 이서류 보고계시는거 아니었어요 하니까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거 꼭 봐야돼? 하시길래 내가 그럼 이 서류를 집에 가져갈수도 없으니 지금 봐야하지 않나요 했더니.구겨진 표정으로 서랍을 열어 서류를 주더니 오늘은 그냥 가자. 나 집에 가고 싶어 라고 한다. 이사람아 나도 집에 가고싶어. 뭐라고 하는거야 지금 . 이사람들은 뭣들하는거야 지금 도대체 일들을 어떻게 하는거지.


내 기분을 캐치한건, 내 옆에 다른 팀언니 하나뿐이다. 금고를 잠궈주겠다고, 너 바쁘잖아 라고 한다. 그래 언니만이 이 뭣같은 상황을 이해한거지. 사람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것도 이해한거고 -일에 연관도 전혀 없는 옆팀 언니가 나한테 괜찮냐며 묻길래 얼른 들어가시라 했다. 세상에 이렇게 짜증이나도 여긴 술한잔 먹자할 사람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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