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주말 서재 대청소를 하다가 지난 십오년간의 여행 흔적,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 생각하여 남긴 소소한 자료와 사진 물건들을 잘못 내놓는 바람에 쓰레기로 분류되어 사라져버렸다.
분명 소중하고 중요한 걸 모아서 둬두긴 했지만 무엇이 얼만큼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니 거기 구체적으로 뭐가 있었는지 기억해내버리면 더 괴로워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이런 적이 몇번 있었다.
- 가족끼리 남프랑스 여행을 갔다가 여행 말미 핸드폰을 도둑 맞아서 여행 사진이 다 날아갔을 때.
- 아이폰 메모 백업 문제로 그간의 메모 기록이 사라졌을 때 (이건 나중에 어떻게 복구하긴 했다)
- N드라이브 장기 미접속으로 20대부터 정리해온 파일 문서들이 사라졌을 때.
이때 각각 느꼈던 절망감을 기억하고 있다. 아마 이번 사건이 네번째이자 그중 가장 멍청한 짓이 될 것이다. 디지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더 충격이고.
다 추억이고 기록일 뿐이다.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것들이지만 없어도 내 현재 생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또 정리하고 챙겨 들여다볼 것들이 사라져서 내 현재를 더 벌어줬다고 해야하나. 과거를 들여다보길 좋아하고 뭐든 잘 버리지 못하고 글로든 사진이든 자꾸 남기기만 하는 통에 시간이 부족한 내게 경종이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충격이라도 주지 않으면 소중한 현재를 자꾸 갉아먹으니까 그냥 통채로 날려버리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랬다면 하는 생각은 의미도 없고. 거기 집착해봤자 시간 낭비 마음 낭비. 사람들마다 각자 받아들이기 어려운 힘든 것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잘 떨치고 일어나는 것 (안되는 걸 받아들이고 복원하는 과정)을 잘 해내는 남편을 보고 늘 닮아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중요한 건 나와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나의 몸과 마음, 현재의 관계이다. 지난 추억의 기록이 나를 살아주거나 증명하지는 않는다. 강제로든 자발적으로든 이제 정리하고 앞으로 한단계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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