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을 읽었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과 ‘나는 엄마가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평보다는 소회에 가까운 감상평은 현재(8.5개월)까지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지레 겁이 많은 나는 이런 주제의 책을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읽을 수 있었다. 먼저 읽으면 ‘아이 안 낳기’ 에 너무도 심히 공감하여 자신이 없어질까봐. 아주 솔직히 -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 ‘가정’을 전제로하기 때문에 ‘예상컨대 그러할 것’ 이라는 추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부분이 한계로 느껴졌다. 아이 낳기 전까지 결혼 후 7년간 나의 생각도 그런 추측, 정확히는 그런 두려움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많은 부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완벽히 새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예측을 벗어나는 강도로 다가왔다. 전형적이고 고루하다고 치부해왔던 것, 그렇지만 세대를 거친 그 클래식한 것이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낳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생과는 별개다. 좋은 건 좋은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다. 그러니까 좋아도 힘든 부분의 상쇄를 따져 그냥 안받고 안하겠다. 라는 사람이면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육아에 들이는 절대적인 시간이 다른 무언가를 위해 필요한 사람들도 그 삶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를 잃을 까봐 , 내 이름은 없어지고 엄마로서의 정체성만 남을까봐 두려운 것은 나는 아직까진 조금 공감하지 못했다. 사회적 직업적 성취에 대한 욕구가 적은 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경험주의자이고 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무척 후회했을 것이다. 이것은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늦었지만 나의 선택에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아이를 가져봤다고 해서 아이를 안가진 다른 사람에게 이 말을 해줄 순 없을 것이다. 경험자의 폭력을 행사하기는 싫다. 가까운 지인에게 개인적 경험으로서 나의 느낌을 전달하기 정도는 할 수도 있겠다. 선택은 자유로운 것이지만 빽도는 없기 때문에 책임감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망설일 수 있고 그 태도를 존중한다.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끊임없이 찾던 내게 아이는 넘사벽의 영역이였다. 구질구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겐 이해득실을 따져 선택할 문제다 아니었다는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아이는 그냥 존재의 기쁨이고 그럴 수 있는 경험은 유일무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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