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물은 과연 어떤 인간으로 자라날 것인가. 아직은 그 어떤 다른 수식어를 붙일 수도 없이 그저 우는 인간이다.
누가 내 애는 울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나. 임신 중 우리 부부조차도 우리 애는 얌전하겠지? 라는 막연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왜죠? 누가 뭐래도 아기는 운다. 밑도 끝도 없이 우는 생명체에 대처한 경험이 난 별로 없다.
1. 신생아의 울음은 몇 안되는 상황밖에 없다고 했다.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거나, 졸리거나, 지겹거나, 너무 산만하거나
명확한 알고리즘이 있으니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다. 다섯가지 조건을 하나하나 점검하면 답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답은 늘 쉽지만은 않다.
2. 임신 전에 식당 같은 데서 엄마가 애를 울리면, 남편은 한 번씩 꼭 돌아보곤 했다. 징징대는 아이나 소리 지르는 아이나 우는 아이는 물론이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울면 높은 확률로 그 엄마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봤다. 예의를 안 가르친 것이 아닐 텐데, 그런 걸 벗어나는 아주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한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우리.
반성한다. 그 태도.
3. 우는 소리가 분명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기가 집에 오고 계속 울어제낄 때에도 난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아기의 울음소리조차 귀여워 죽겠는 지경이었다. 그 작고 하이톤의 목소리로 울먹거리고 훌쩍일 때나, 무엇이 심하게 불편하여 자지러지게 울 때에도 듣기 괴롭다기보다 아이의 불편을 못 알아봐 주는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가끔 칭얼대기도 했지만 대개는 이유가 있는 울음이었고, 아기의 울음은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다. 내가 울음소리조차 사랑스럽다는 마음이 들 줄은 정말 상상조차 못 했다.
허나 너무 짧은 시간만이 지났을 뿐이다. 고작 두 달 갖고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하다니.
4. 요새는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힐 때 자주 우는데 엊그제는 그 강도가 너무 세서 비명소리 같은 새된 소리가 났다. 처음으로 이렇게 쇳소리(?)를 들었는데 옷을 빨리 갈아입히고 토닥이는 정도로는 무마가 안될 정도로 계속 세차게 울어대서 나도 나가떨어졌다. 심지어 남편도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해져서 아기를 남편에게 토스하고 난 소파에 드러누워버렸다.
자칫 아기가 원망스러워질까봐 정신을 다스리려고 눈을 감았다. 여태 어지간히 괜찮았는데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내가 우려했던 건 이것이었구나. 우는 게 아니라 신경이 곤두설 정도의 소리를 지르는 것. 아기가 앞으로도 소릴 지를까봐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한번 이런 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 봐. 당연히 그렇겠지? 떼도 쓰면서 울면서 소리도 지르겠지?
누가 방법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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