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14년간 꿈 꿔온 휴직라이프. 휴직 후 출산 전까지 약 100일의 기간동안 누가봐도 잘 놀았다 싶을 정도로 알찬 나날을 보내는 것이 나의 휴직 목표였다. 이하는 그 100일간의 기록
(이 글을 포스팅하는 오늘은 나의 출산예정일, 새벽이다😊)
[ 여 행 ]
1. 경주 + 정선 5박6일
연초부터 계획하고 휴직하자마자 떠난 본격 태교여행. 따스한 봄날씨에 잘 놀고 잘 먹고 여한 없이 돌아왔다. 후기는 국내여행에 남겼으니 생략
2021.05.16 - [Travel/국내여행] - 태교여행 1 - 경주
2. 송도 오크우드 호캉스 2박3일
휴직전에 마지막 기회를 불살라 신청한 휴양소. 신혼 첫날밤 묵었던 추억의 장소인데 7년만에 방문했다. 휴직 예정이니 투숙기간을 주중으로 골라 무려 오크우드가 미달인 주를 찾아낸 것이 포인트. 원베드이지만 스위트이고 거실 따로 침실 따로 뷰는 넉넉하고 답답하지 않아 맘에 들어 좋았다. 송도는 하늘도 잘 보이고 넓직하여 좋다. 뭔가 여유로운 느낌이잖아.
첫날은 근처 중식당 코스 요리를, 둘째날은 애프터눈 티를 예약하여 호사스런 오후를 보낸 뒤 맛있는 타코집을 뽀갰고, 마지막날은 호텔 런치로 마무리. 뷰값한다고 사치부리고 왔나 싶지만 언제 또 여유를 즐겨보나 싶어 죄책감은 넣어두기로. 센트럴파크와 송현아, 트리플 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쇼핑 코스도 좋았다.
3. 산정호수
두어달에 한번씩은 훌쩍 떠나곤 했던 우리가 오히려 휴직기간에 조심스러워 여행일정을 덜 잡은 것이 아쉬워 기어이 떠나고 말았다. 37주 10개월차 되던날. 요맘때쯤엔 먼곳엔 가지 말고 가더라도 산모수첩을 들고 다니라고 하는 그런 때이지만, 포천 정도야 뭐 금방이지. 비가 오는 흐린 날이라서 호수의 전경이 맑게 빛나진 않았지만 고요하고 사람 없는 곳에서 풀냄새 잔뜩 맡고 왔다. 돌아올 때 들렀던 산사원도 재미있었고!
2021.07.01 - [Travel/국내여행] - 포천 - 10개월차에도 떠날 줄 몰랐지? 산정호수 안시
[ 운 동 ]
요가
예약해 둔 조리원에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산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다. 별관에서 소수를 대상으로 해서 가능했던 산전요가 8회분! 운동의 부지런함은 1도 장착하지 않은 내가 출퇴근까지 안하니 늘어지기 딱 좋았는데 조리원에서 이렇게 산전 커리큘럼을 정상 운영하고 제공하니 찰떡같은 만남이었다. 비싼 조리원 비용도 덜 아깝고. 듣고보니 너무 만족스러운 클라스!
적당한 움직임이 몸에 활기를 준다는 사실은 평소 자꾸 잊어버리지만 되짚을수록 진리인 말이다. 골반 엉덩이와 허리가 삐그덕댄다는 말을 계속 하면서도 이렇게 좀 적당한 강도의 요가가 그걸 편하게 해줄 줄은 몰랐다.산모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요가와 내용은 수업 구성은 좀 다르긴 하지만 생각보다 강도가 있는 운동이었는데 대개 산모들만 있으니 쉬엄쉬엄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스쿼트와 와이드스쿼트, 골반 운동, 브릿지 자세와 엉덩이에 요가링을 끼고 하는 나비자세, 폼롤러로 하는 마사지 같은 것들이 호흡이 심히 가빠질 정도로 이어졌다. 끝나고나면 훨씬 몸이 가벼웠고 앞으로 종종 골반이 삐그덕 댈 때도 집에서 응용할 수 있을만큼 유용했다.
무엇보다 요가 선생님이 경험이 풍부하셔서 그런지 설명을 진짜 잘하시고 진도도 시원스럽게 빼주는 스탈이라 첫회만에 반해버렸다. 조리원 연계 수업 끝나고 나중에 따로 다니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꼭 마지막에 5분 쉬면서 '아가를 맞는 노래'를 틀어줬는데, 가사가 아주 적나라해서 누워서 듣다보면 없던 모성애가 생길지경.. 하도 듣다보니 노래를 외워버렸네. 궁금해서 찾아보니 뮤지컬 배우 손준호가 부른 '아빠야'라는 노래다. 새삼스레 손준호 목소리 엄청 좋음을 실감.
[ 원데이 클래스 ]
휴직 전에는 10개정도 , 한달쯤 지난 후에는 5개만 채우자고 예상했으나 결국 성사된 건 꼴랑 2개. 예약 기피증(=번개선호증) 에 탓을 돌려봅니다. 꽃꽃이 클래스, 우드카빙 클래스, 프랑스자수 클래스, 아로마 조향 클래스, 펜 드로잉 클래스, 컬러 테러피 .. 아쉽다 언제나 할 수 있으려나 😭
1. 아크릴화 원데이 클래스
가장 접근성이 좋았던(만만했던) 그림 원데이 클래스. 아크릴화에서 조금 실망하고 유화를 시도 못한 것이 아쉽다. 클래스 후기는 따로 썼으니 생략
2021.05.05 - [Journal & Pic/Life] - 드로잉 원데이클래스 - 아크릴화 그리기
2. 라탄 원데이 클래스
라탄을 만드는 건 예정에 없던 일이었는데, 집 가까운데 공방이 있어서 얼떨결에 시도. 생각보다 작업물 퀄리티가 좋아서 만족했으나 라탄은 내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확인. (a.k.a 노가다)
[ 취 미 생 활 ]
1. 퍼즐
아무계획 없이 시작된 휴직 첫날 뭘할까 고민하다 집어든 아껴둔 퍼즐박스. 우연히 집었지만 스스로 적절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꼭 개시같은 마음이지. 어떤 의식이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사고나서 시간이 안나 미루어뒀던 퍼즐이니 더더욱 그랬다. 세상 한갓진 백수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
2. 그림
결국 드로잉 클래스를 듣진 못했지만 펜드로잉도 이것저것 끄적여봤다. 유투브로 색연필 그리기도 따라해봤고. 이런 소소한 그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착수를 많이 안했네. 물감으로 그려보고 싶던 것도 있었는데, 번거로워 그런지 잘 안꺼내게 되더라
3. 요리
많이 할 줄 알았지만 또 금방 시들해져버린 요리. 난 정말 요리는 취향이 아닌가 봅니다. ㅋㅋㅋ 특히 리코타 치즈 망치고 나서 급격하게 식은 관심. 남편 출근 때 아침상 차려주기만 꼬박꼬박 지키는 것으로 만족
2021.05.28 - [Journal & Pic/Life] - 아침상 차려주기
4. 글쓰기
세부적으로는 1) 여행기 밀린것 쓰기 2) 임신일기 10회 쓰기 3) 브런치 시작 의 계획이 있었다. 여행기는 영국만 간신히 마무리했고 (조리원에서 시간남으면 쓰려고 크로아티아를 도전중인데 과연 가능할지, 가당찮은 계획일지ㅋㅋㅋ) 브런치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임신일기를 좀 공들여 썼던 것 같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를 위한 기록이다. 내 인생에 처음 겪는 도전과 변화의 산물이자 다시 올지 모르는 소중한 경험. 글로 남기는 기록이라는 것이 참 글자 말고는 아무것도 남은 결과물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 시절의 생각과 성찰을 돌보는 것이 (오버 좀 보태)내 전부인 것 같기도 하다.
2021.04.07 - [Journal & Pic/ Life2] - 임신일기 1 - 임신을 대하는 마음
[ 그 외 ]
만삭촬영
난임병원, 산부인과, 조리원 각각에서 연계된 스튜디오가 있다보니 세군데나 촬영을 하게 되었다. 사랑비 스튜디오, 제니스 스튜디오, 담다스튜디오 이렇게 세곳이었다.
제니스 스튜디오는 강남 다니던 사무실 근처 신논현역에 있고 역시 강남바닥답게 화려하고 프로페셔널하고 시끄럽고 사무적이었다. 화장과 헤어는 가장 맘에 들었고 촬영도 여러 컨셉으로 한시간 가까이 소요했지만 정작 결과물이 조금 아쉬워서 계약을 하진 않았다. 만삭촬영은 처음이라 포즈도, 시스템도 잘 몰라서 버벅거린 것 치고는 친절하게 잘 해주었던 것이 기억남.
담다 스튜디오는 조리원 연계였는데,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촬영 과정에서 분위기나 태도가 마음에 걸려 역시 계약은 하지 않았다. 결과물로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과 아기를 위한 존중이 우선이 아닌가 싶어 좀 씁쓸
마지막 방문한 사랑비 스튜디오는 마음도 편안했고 결과도 적당했다. 아무리 6-8페이지 미니앨범을 기본으로 만들어준다고 해도 원본을 사거나 계약을 하지 않으면 세시간씩 촬영을 하고도 빈손으로 집에 돌아와 허무했는데 결국 마지막 찬스를 덥석 물어버렸네. 끼워주는 액자나 앨범은 집에 둬봤자 처치곤란할것 같아서 원본 위주의 상품으로 바꾸어 계약했다. 야무지게 호구되지 않는다면서 결국 할거 다하는 우리 ㅋㅋㅋ
[ 번 개 ]
작년부터 코로나로 번개가 잠잠했는데, 출산을 앞두고 당분간 없을 기회에 번개력이 폭발했다.
휴직전부터 1분기 점심일정을 full로 소화하며 회사사람들 + 저녁에 밀, 전소, 신영, 영수, 영찬을 만났고
휴직후에는 번개로 혹은 점약으로 소희, 박갱, 조소, 결, 다영, 경화, 현지, 은주, 희경, 시내, 혜원, 은지, 현순을 만났다.
우리가 집에 놀러간 - 승국네 부부, 연희언니네 부부, 선영이네 부부들과 반가운 시간을 보냈고
우리집에 놀러온 - 종환네 부부, 민재네 부부, 민한네 부부, 성철네 부부, 유진이네 부부, 준상네 부부, 준배, 상호, 승필, 동키, 찐, 행자, 지윤, 주영, 운경, 혁주, 김밍, 뿅, 아애, 노을 이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술(나는 탄산수)을 마셨다.
꽤 자주 엄마를 만나고, 오빠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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