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에 넘치는 축하와 축복을 받았다. 나만 이 사건에 마음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지 사람들에게는 누가 봐도 그냥 좋은 소식이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대가 없이 많은 것들을 받게 되어 한편으론 얼떨떨하기까지 했는데 내 생에 거의 압도적인 양과 질이었다.
대학교나 동네 친구들은 코로나로,육아로 못 본 지 좀 되어서 최근 얼굴 보기가 좀 힘들었지만 매일 출근하여 얼굴 보거나 점심 먹거나 메신저 하는 회사 동료와 친구들이 여러 선물들을 초반부터 많이 해주었다. 몇 번째 받는 선물인지 사람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히 멀리서 카톡이든 행낭이든 선물을 챙겨 보내주는 마음에 많이 놀랐는데 평소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사이라고까지 생각지 않았던 데다 나는 그네들이 임신했을 때 아무것도 해줄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베풀지 못한 것을 깨우치라고 하는가 싶기까지 했다. 덕분에 의례히 주고받던 축하 선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는데 단순히 어떤 값어치로 표시되는 물건이라기보다 그 속에 담긴 애정을 진심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특히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오는 마음은 곱절로 감동을 받았다.
받다보니 이 많은 고마움을 어떻게 갚을까 처음에는 막막함이 몰려왔는데, 어느 순간 이것 역시 내리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때 선배에게 얻어먹고 후배에게 사주는 그런 사랑 같은 것. 아이가 없는 사람은 임신한 사람에게 어떤 선물을 어떤 때 해줘야 하는지 감도 잘 안 오는데, 아이가 있는 사람은 조금의 친분이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편하게 선물할 수 있는 그런 느낌. 내게 베풀어주신 고마운 분들께 다 돌려주기는 이미 망한 것 같으니 이제 내가 베풀 사람들을 부지런히 찾는 수밖에 없겠다.
선물을 받고 감탄하거나 또 교환하거나 살펴보다보니 아가들 선물을 할 때 여자아이 물건의 선택지가 열 배 이상 된다는 걸 실감했다. 올해 벚꽃을 많이 봐서 그런가 분홍이 이렇게 이쁠 줄은 몰랐다. 난 아이를 가져도 중성적으로 키우자고 생각했는데 벌써 핑크가 몇 개야. 망할 조짐이 보인다.
2. 정부지원 많진 않지만 나라에서 받아본 것을 적어봅니다.
3. 물려받기
선물도 선물이지만 옷이나 장난감들을 물려준 것은 절친들이 더 많았다. 오랫동안 못 보았는데 옷을 보내주겠다고 먼저 연락해 온 대학교 선배언니부터, 회사 동기들, 동네 친구들, 선후배들까지.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들을 받아서 우리가 살만한 물건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챙겨준다고 만나면 우리 집 작은 차 트렁크가 부족하도록 한아름씩 안겨줄 때마다 어떻게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말이 떼어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인생이 짧으니 좋은 마음을 받고 보내는 데 어색함을 핑계로 인색하지 않은 내가 되길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