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치르면서 홍 생각이 많이 났다. 남편이 계속 아프고, 회사 부서는 너무 늦고 힘들게 하여 그저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어했던 그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그 친구에게서 처음 들었을 때 , 분개했던 건 나였다. 오히려 억울하게 네가 왜 관두냐며 회사의 그 부조리함에 분노했던 건 아무 액션도 하지 않고 있던 우리 부서의 나였다.
그러나 시부모님을 보내면서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친구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소리랍시고 지껄였지만 , 다 부차적인 것이다.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그친구의 마음, 배우자를 그저 바라보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마음에 대해 난 들어주지 못했다.
홍은 결국 그만두는 걸 택했다. 그녀의 결정이 무엇이든 난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것밖에 해줄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자꾸 그냥 내 입장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던지 , 아니면 그냥 네 결정을 지지해 라고 하던지 , 이거 두개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내가 생각할수록 너무 무력했다.
그녀가 은행을 그만두는 것은, 나의 입장에서 서운한 일이 적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그녀입장에서 보면 그게 어떤가. 은행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섣불리 무서워 용기내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가 먼저 용기내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저 전학가는 친구와 비슷한 것이다. 충정로에서 먼저 손들고 떠났던 유진이를 볼 때도 나는 이렇게 분개했었다. 그것은 초점이 여전히 나에게 있다는 반증이다
은행을 그만두는 것 하나로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아니 인생이 바뀌어도 그것 역시 인생이다. 정해진대로 보이는대로 편히 가는 길만이 길이 아니다. 이번에 어머니를 일을 겪으며 나 역시 인생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인간은 삶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어떤 길을 어떻게 택하는 것 그것은 다 순간순간의 집합이고 그것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 내 인생이 원래 어떻게 주어져있고 그 길을 올라타 장기판의 말처럼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인생이 아니란 뜻이다.
ㅇㅇ가 며칠전 블로그에 인생의 분기점에 대해 쓴 글에 ‘ 과거의 일을 이랬으면 어떨까 저랬으면 어떨까 생각해서 뭐합니까, 어차피 되돌리지 못할 것을. 오늘하루나 잘 살 일이지’ 란 말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홍에게 인생의 분기점이 눈앞에 와있다. 그러나 후회하는 인생도 인생. 후회할 기회도 없는 인생도 인생이다.
아마도 그녀는, 원하던대로 이제 제2의 인생을 또 완벽하게 그려낼 것이 틀림없다. 내가 했던 우려는 한낱 기우가 되겠지. 그렇게 밝게 유쾌하게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면서 그녀는 분명 잘 살아갈 것이다. 나는 이제 그녀를 웃으며 보내주는 방법을 찾고, 마음껏 응원해주며 사회에서 만난 사이에서 벗어나 진짜 친구가 될 준비만 하면 된다.
(그녀는 마지막날 장기휴직을 선택했다. 이 마음 먹은 그대로 더욱 마음 편하게 응원해줄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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