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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고백의 형식들 좋은 시의 요체는 비시적인 혹은 반시적인 일상사의 급소를 급습해서 매몰된 진실과 아름다움을 구조하는 것이다. - 이성복, 고백의 형식들 더보기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마음에 든 책일수록 각 잡고 독후감을 남기기 너무 어렵다. 그래도 아쉬우니 그냥 아무 소회라도 작지만 남겨보기로. 이 책을 권하며 빌려준 친구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좋아하니 , ‘제 주인에게 잘 도달한 것 같다’ 며 예상치 않게 선물해주었을 때 사실 정말 행복했다. 책의 값을 떠나 동경하고 갖고 싶은 문장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들어서 어떤 선물 보다도 귀중했다. 심윤경 작가의 소설은 두권 본적 있지만 그때보다도 오히려 에세이를 읽고 나니 그녀의 어마한 수준의 글쓰기 내공이 무섭도록 느껴졌다. 오늘부터 무조건 모시는 작가로 하기로. 육아를 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겪는 일상 속에 아주 작지만 뻔하지 않은 통찰의 포인트들, 그리고 그 가운데 등장하는 현명한 어른들의 속 깊은 마음씀을 단아하고 따뜻한 문장에.. 더보기
빅토리 노트 - 이옥선,김하나 언니가 빌려준 김하나 작가 본인의 육아일기. 물론 저자는 그녀의 어머니이다. 다정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나의 일기에 동력을 두배 정도는 부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의 것를 보기만 해도 좋은 것을, 나와 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또 마침 그럴 때라는 것이 얼마나 기쁨이고 행복인지. 그래서 언니가 두번이나 강력하게 내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였던 것이 아닐까. 엄마의 노트 앞면에 아무렇게나 적혀있던 문구 victory note가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는 것이 재미있고, 그 시절의 노트들이 너무 연상되어 와닿았다. 그러나 우리 아기의 육아일기는 이렇게 노트로 남겨주는 시절은 더이상 아닌지라 이런 얻어걸리는 제목도 있을리가 없고. 손때묻은 노트 표지와 다정한 글씨도 남.. 더보기
후회의 재발견 - 다니엘 핑크 # 명사의 추천에서 보았나, 주제가 신선하여 마음이 끌렸다. 여태껏 절박하게 와 닿는 단어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마도) 태세가 바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쯤 이 책을 접한 건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라 생각한다. # 알게된 것. 1. 일리이즘illeism이라는 스스로를 삼인칭으로 부르는 수사법은 카이사르도 썼던 유래깊은 스킬이다. 2. 내가 비교적 감정조절에 능했던 이유는 '자기거리두기'를 나도 모르게 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후회'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감정이 모두 대상이 되었으며 사전단계인 '자기 노출'(쓰기)까지 자연스레 동반된 완벽한 기술을 내가 이미 부리고 있었다. 3. 그리고 이 기술의 이름은 '유체이탈해서 바라보기(내가 붙임)'가 아니고 '벽에 붙은 파리 기법fly.. 더보기
엄마도감 - 권정민 뜻밖의 선물. 얇고 가벼운 그림책이지만 가벼이 읽히지는 않는다. 아기의 시선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각도가 산뜻하고 아기의 입장에서 엄마의 행동을 서술하는 것이 귀엽다. 무릎을 굽혀 아기와 같은 높이에서 눈 맞춤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그냥 이 모든 게 사랑스러워진다. 묘사된 엄마의 옷차림이나 표정이나 손목보호대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더보기
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신작 소식에 기대하며 밀리에 오픈된 첫날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정작 완독이 늦어진 건 책이 내겐 조금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책의 상당부분은 작가의 SNS에 포스팅 된 글이 포함되었는데 모르고 읽기 시작한 터라 기시감에 좀 의아했고. 신작을 잘 안보는 내가 시의성 좋게 현실밀착형 산문을 두루 읽은 것은 좋았으나 워낙 짧은 글모음(글감 하나에 대개 1-2page) 이어서 더 깊은 생각의 전개를 엿보지 못한 것이 특히 아쉬웠다. 작가의 이전 작품 살고싶다는 농담이나 버티는 삶에 대하여 에 비한다면 거의 1/3 정도의 길이. 내 단점일 수도 있는데, 일단 보고싶은 책을 접하면 좀 진도를 쭉 빼고 싶은 마음에 스피드를 올리다보니 문장과 맥락을 빨리 지나가서 섬세하게 살피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게 짧은 글과 더해.. 더보기
평범한 결혼생활 - 임경선 몇 달 전에 서점에서 슬쩍 들춰봤다가 재밌어서 리스트에 올려두었는데 신작 나온 김에 찾아보니 마침 밀리에 제공되고 있어서 신작과 함께 읽어보았다. 좋았던 건 역시 본인이 겪은 귀여운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그 능력. 아쉬웠던 건 내용 중 개인적 소재보다 결혼생활 일반에 대한 견해가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나도 따라 쓰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인데, 내게 조만간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면 이분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정성스레 다듬어도 누가 읽어줄지 의문이지만 (그리고 그녀 말대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 넘쳐서 그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써야 할 것이지만) 그런 마음이 몽글몽글 생겨서 상상만으로 즐거워하는 것과 서너 개만 구체적으로 적는다 .. 더보기
습진 개선에 도움이 되었던 연고 결혼 8년차이지만 어찌나 물 살림을 소홀히 했던지 아기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내 피부가 물에 취약하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가장 많이 쓰게 되는 오른손 두번째 손가락에 주부 습진이 생긴 것. 몇달 뒤 습진은 스물스물 번져서 오른쪽엔 새끼를 제외한 네손가락, 그리고 왼손도 조금 옮았다가 괜찮았다 한다. 벌써 일년 넘게 습진손가락을 잘 유지중이니 절박함 부분에서 이 포스팅에 자격이 있다는 걸 미리 밝혀둔다. 습진에는 결국 스테로이드가 필요하다. 비판텐부터 몇 종류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골고루 써봤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다. 스테로이드제는 대개 7-10일 정도 써보고 개선이 되지 않으면 중단하라고 하는데 바를때만 좀 낫는 기분이고, 다음날에 물 닿고 로션 바르는게 좀 늦어지면 바로 사막을 경험하게 됨.. 각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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