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이상하다. 이게 산후에 오는 특유의 감정인가 생각해보았다. 계획과 다짐과 미래를 그려야 할 때에, 착 가라앉아 마지막을 자주 상상하는 스스로가 그렇다. 몸의 이상신호를 느끼면서 난생처음 몇몇 검사와 진료를 거치면서. 간절함으로 잃어버렸던 신을 다시 찾는 나를 보면서. 남편의 회사에서의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는데 온갖 생떼를 써가며 기어이 가로막는 스스로를 목격하면서. 그 와중에 40을 맞으면서. 한달 사이에 마주친 여러가지 감정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간은 그저 지루하고 행복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그간은 나이가 드는 것이 그냥 좀 짜증이 났다면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슬픔과 조바심이 같이 찾아왔다. 갑자기 할일이 늘었고 갈길이 먼데 나는 나이가 많고. 아이가 겪을 미래가 암담한 느낌이고 이 아이는 그저 혼자이고. 갑자기 엄마가 할머니가 되고 우리는 언제 이 생의 시작과 마지막을 맞이할 것인지 이입해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생에 집착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활력 대신 집착만 늘어 사람이 기묘하게 늘어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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