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신랑 친구네 놀러갔다 받아온 빨대컵.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던 터라 당연히 안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이유식을 주던 남편이 " 어 먹는다!" 하길래, 요리하던 나도 애 앞에 달려가 "어디 다시 한번 해봐!!" 했더니 처음인데 바로 성공하는 것이 아닌가.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주는 전용컵이라 그런지 훅 하고 손쉽게 빨려서 자기도 좀 놀랐나보다. 물도 차가워서 그런지 헥 하고 눈이 동그래진다.
신기해서 둘이 박수치며 크게 막 웃었는데 아기가 우리 때문에 갑자기 놀랐는지 아니면 놀림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급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이구 미안해, 아기 네게 잘했다 대견하다 눈맞춤도 말도 하지 않고 우리끼리만 신났구나. 미안해. 손사래치며 싱크대로 돌아갔지만 이 아이가 사람들의 반응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처음이 아닌가, 문득 돌아보니 놀라웠다. 이제 마냥 세상 모르는 아기처럼 대하기보다 더 조심해서 섬세히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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