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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제 3의 인물

아기를 갖기 전에 두려워 했던 것

아기를 갖기 전에 두려워 했던 것 중 하나는 “수없이 반복되는 소음” 이었다. 누군가는 픽 웃으며 두려울 것도 많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 자평해왔던 내가 '소리'에 평균이상으로 긴장하고 영향을 받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큰 발견이었다. 내게는 연남동 골목이 너무 시끄러웠어서 강화도 조용한 곳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엄마와, 드라이브할 때 틀어놓은 음악소리도 소음이 되는 오빠도 있으니 '소리민감도'도 가족력이란 게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렴풋이 예상만 했던 소음은 아기가 우는 소리, 아기가 맥락없이 빽빽 지르는 소리, 그리고 아기 장난감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소리였다. 앞의 두가지야 아기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질 일이지만 마지막 소리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것이라 특별히 막연했다.

드디어 내게 주어진 미션, 음악이 나오는 최초의 장난감은 스탠딩 모빌이었다. 국민모빌이라는 이 타이니러브 스탠딩모빌은 내 예상을 깨고 꽤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미디 음악같지 않은 영롱한 소리는 물론 지겹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노래가 실린 것, 그리고 원곡을 최대한 길게 들려주는 것도 좋았다. 특히 classic에 아주 익숙하지만 곡 제목은 몰랐던, 무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오죽하면 이걸 틀어놓고 아주 가끔 음악감상을 했나. 내가 옛시절 고정관념으로만 상상했던 지겨운 장난감 소리는 요새 시대엔 이렇게나 다른 것이었다!

백일이 지나고 장난감 대여점에서 처음으로 에듀테이블을 빌려오면서 나의 이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같은 노래가 이리도 경박할 수 있나. 들으면서 너무한다 싶어서 허탈하게 웃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한없이 가벼운 소리까진 그렇다쳐도 bpm은 다 왜 그렇게 빠른거죠..??! 사랑의인사 터키행진곡 헝가리무곡은 거의 하늘로 날아갈것 같은 텐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로 소름돋는 추억재생은 덤.

어디서 들어봄직한 유명한 클래식이 많이는 담겨있는데, 길어봤자 30초-1분씩 짧게 담긴 것도 안타까웠다. 뭐 장난감이야 여러가지 다양한 소리와 멜로디가 나면 좋은 거긴 하지만, 좋은 소리와 음악의 구성을 들려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후로 빌려오는 장난감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이 경박한 음악들을 들을 때마다 기회가 되면 원곡을 찾아 들려주면서 생각했다. 고급취향이 많지 않은 나지만 그래도 막귀는 탈출하게 해줄께. 그것이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기쁘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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