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난 아기를 볼 일이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작은 신생아는 거의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이전의 내가 아기에 대해서 뭔가 말했었다면 다 모르고 한 말임이 분명하다.
며칠째 아기와 가까이 지내다보니 아기를 점점 더 사랑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왜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천사같다 하는지, 아이는 선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배가 고프거나 졸리거나 안아줄 엄마를 찾는 것 말고는 다른 욕망이 없는 아기는 순수함과 심플함 그 자체다. 세상에 순수한 인간을 만날 일이 잘 없는 내 나이쯤 된 사람이 그런 순수함을 목격하는 일은 감동적인 일이다.
사람이 태어날때부터 선하니 악하니 이야기들 하지만 막상 태어난 아기를 직접 이리 보자니, 이 아이가 무슨 다른 뜻이 있어 악의 있는 행동을 할까 싶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비로소 진짜 이해가 되었다.
그 모든 특별한 행동들은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일 게다. 피아 구분조차 잘 되지 않는 갓 태어난 아기의 감정은 심플하다. 충족과 불충족이다.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듯 감정도 분화한다. 관계적으로, 욕구적으로 불충족한 무엇인가가 아이의 이상 행동을 유발한다.
그러나 아무리 부모가 열심을 다해도 세상살이란 언젠가는 불충족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불편한 감정, 욕구 불만이 질투와 욕망으로 쌓일 것이다. 거짓말로 반발로 이상행동으로 번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되기 전, 먹고 놀고 자는 게 만족스러운 아기는 그저 방긋 웃을 뿐이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관찰하기로는 그렇다. 이 아기에게 악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자원이 한정적인 앞으로의 세상살이가 문제라면 문제일까.
아기는 선하게 태어나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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